일본은 예방에 87% 한국은 복구에 60%

재해예산 분석해보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한국

일본은 재해 관련 예산 중 약 87%를 재난 예방을 위해 쓰는 반면, 한국은 재해 예방 지출비중이 40%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는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한 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으로 복구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수해 방지 예산도 인명 피해가 빈발하는 소(小)하천보다는 큰 하천 중심으로 투입되고 있어 소하천 인근 주민들이 고스란히 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소하천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주로 관리하는 폭 2m, 길이 500m 이상의 작은 하천으로 전국에 2만2000여 개에 달한다. 이번 수해도 경기도 고양·여주, 강원도 인제 등지의 소하천 지역 피해가 컸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예산정책처는 최근 작성한 ‘재난관리 재정분석’ 보고서에서 “태풍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계속 일어나는데도 정부는 매년 2조~3조원 규모 예산을 피해복구 사업에만 투입하는 예산운영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00~2004년) 준설·배수·제방공사 등 재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쓰인 예방 투자비는 연 평균 2조1000억원으로 전체 재해 관련 예산에서 약 41%를 차지했다. 연도별 예방투자비 비중은 2000년 53.4%, 2001년 51.6%, 2002년 17.3%, 2003년 27.4%, 2004년 55.4% 등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같은 기간 예방투자에 들어간 금액(연 평균 29조9000억원)이 전체 재해 관련 예산에서 차지한 비중은 87%였다.

한국은 사람이 죽고 재산 피해가 발생한 뒤 사후(事後) 복구를 하는 데 국민세금을 많이 쓰는 반면, 일본은 사전에 피해를 막는 데 재원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전국 곳곳의 소하천 주변에 농민과 서민층 주거지가 많은데도 하천정비 예산 대부분이 큰 하천 정비에 사용되고 있어 소하천 지역의 재해위험이 방치돼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2002년 이후 장마로 인해 소하천에서 발생한 피해액 비중이 전체의 43%에 이르는데도 소하천 지역에 투입되는 방재 예산액은 전체의 6.6%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피해발생과 예산지원 간에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소하천 정비에 반영된 예산규모(962억원)를 감안할 경우, 앞으로 재해 방지를 위해 전국 소하천 2만2000여 곳을 정비하려면 108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국립방재연구소 박덕근 박사는 “우리도 단기적인 피해복구 사업에만 예산을 투입하는 데서 벗어나 장기적인 재해예방 사업으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향후 중장기 재정계획에 재해 예방투자 비중을 높여 충분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 박용근 기자 2006-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