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잠수' 손원일함 떴다
해군이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최신형 214급(1800t) 잠수함 '손원일함'을 진수함에 따라 우리의 수중작전능력이 크게 확장될 전망이다. 손원일함은 해군이
보유한 기존의 209급 잠수함에 비해 수중작전능력이 뛰어나다. 잠수함의 수중작전범위가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동남아 말레이반도 남부 믈라카해협까지
닿을 수 있게 됐다. '214'와 '209'는 이 잠수함을 개발한 독일 하데베(HDW)사가 잠수함 종류를 구분하기 위해 붙인 분류 번호다.
건조비 3500억원이 든 손원일함의 특징은 최대 3주 동안 수중작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물속에 들어가면 20일가량 나오지
않는다. 북한이 26척 보유한 로미오급(1800t) 잠수함은 수중작전능력이 하루도 안 된다. 일본의 잠수함들도 수중작전능력이 며칠에 불과하다.
손원일함의 수중작전능력은 '공기불요체계(AIPS)' 때문이다. 잠수함은 움직이기 위해 스크루를 돌리는 데 전기를 쓴다. 일반 잠수함은 이
전기를 배터리에 충전해 두기 위해 디젤엔진을 돌린다. 디젤엔진 가동에는 공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잠수함은 물 위에 떠올라야 한다. 손원일함은 일반
디젤엔진과 배터리 외에 AIPS를 더 갖고 있다. AIPS는 금속으로 된 수소연료전지에 활착된 수소를 액체 산소와 결합할 때 나오는 전기로
스크루를 돌리는 첨단 장치다.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은 거의 매일 부상해 디젤엔진을 돌려야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그만큼 적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큰 것이다. 잠수함이 부상하거나 디젤엔진을 돌리면 물 위에 있는 구축함이나 바다 위를 나는 P-3C와 같은
대잠초계기에 발견되기 십상이다.
손원일함은 세계의 재래식 잠수함 가운데 가장 조용하고 오랫동안 수중에서 작전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북아 다른 나라의 잠수함에
비해 수중에서 내는 소음이 훨씬 적다. 소음이 클수록 적 함정의 음파탐지기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손원일함이 다른 나라의 잠수함과 바다 속에서
맞닥뜨릴 때 상대방 잠수함을 먼저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손원일함은 동북아에서 최강 재래식 잠수함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로미오급과
상어급 등 잠수함 90여 척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2500~3600t급 잠수함 16척의 70%를 동해에 집중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군은 214급을 2008년까지 2척을 더 건조하고 2012~2018년 사이에 6척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해군은 214급
잠수함 9척과 기존의 209급 잠수함 9척 등 18척에 수백t급의 잠수정을 더해 잠수함 사령부를 구성할 방침이다. 손원일함은 수상함과 잠수함을
상대하는 작전과 해상교통로 보호, 주요 항만 봉쇄 등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 손원일 제독=해군 창설의 주역으로 해군 초대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1909년 평양 출신인 고(故) 손 제독은 상하이
중앙대학교 항해과를 졸업한 뒤 중국과 독일 등의 상선에서 선원으로 근무했다. 45년 해군의 모체인 해방병단을 창설했다.
(중앙일보 / 김민석 기자, 안성식 기자 2006-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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