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탱크 막은 용사 대만 산다”

왕웨이린이 1989년 6뤌 5일 톈안먼광장에서 인민해방군 탱크 4대를 맨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AP자료사진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서서 중국 민주화 항쟁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무명의 용사’가 현재 대만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명보(明報)는 톈안먼 사태 17주년을 맞은 4일 “무명의 용사는 중국의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일하던 왕웨이린(王維林·가명)”이라며
“그는 현재 대만 타이베이 구궁(故宮)박물관의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웨이린은 89년 6월5일 톈안먼광장으로 진주해 들어오던 인민해방군 제38집단군 소속 탱크 4대를 맨몸으로 막아 전세계에 중국 민주화의
영웅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누구인지, 아직도 살아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때 사태 직후 인민해방군에 끌려가 타살됐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홍콩의 한 대학교수에 따르면 왕웨이린은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 중국의 대표적인 고분인 마왕두이(馬王堆) 발굴 현장의 책임자로 일하다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베이징에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올라왔다.
왕웨이린은 탱크를 막아선 다음날 동료들의 도움으로 베이징을 떠났고, 다른 곳에서 3년7개월 동안 피신생활을 하다 홍콩을 거쳐 대만으로
건너갔다는 것이다.
그는 대만에서 결혼했으며 건강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자신의 신원을 공개해 톈안먼 사태 당시 외쳤던 중국 민주화에 대한 염원을 다시
한번 중국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한편 톈안먼 사태 17주년을 맞은 4일 톈안먼 광장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만 눈에 많이 띌 뿐 평소와 마찬가지로 평온했다. 희생자 유족들의
모임인 ‘톈안먼 어머니회’는 지난달 29일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당국은 톈안먼 사태를 폭란이라고 규정한 기존의 결론에서 변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 홍인표 특파원 200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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