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발명왕… 불편함 덜려다 '특허 대박'

#1 1999년, 26년차 주부 이희자(53.㈜루펜BIF 대표)씨는 '2005년부터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의무화한다'는 신문기사를 봤다. 그로부터 4년 후. 이씨는 음식물 쓰레기를 바싹 말려주는 '루펜'이라는 가정용 건조기를 발명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0억원. 국내는 물론 캐나다.스위스 등에도 수십만 대를 팔았다.
#2 10만원대의 소형 공기청정기를 발명한 ㈜에어비타 이길순(43) 사장. 결혼을 일찍 했던 그는 신혼 시절 다세대주택에서 살았다.
"같은 집 지하방에 살던 어린애가 혼탁한 공기와 곰팡이 때문에 감기를 달고 사는 걸 보고 마음 아팠어요."
그러던 차에 92년 일본에 사는 언니집을 방문했다. 거기서 집집마다 공기청정기가 달려 있는 걸 봤다. 이씨는 그때부터 값싸고 간편한
공기청정기를 만들려고 10년을 보냈다. 이씨는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발명 신제품 전시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3 맞벌이 부부 윤명희(50)씨는 밥할 때마다 쌀 씻는 게 싫었다. "라면처럼 봉지를 뜯고 물만 부어 해먹었으면"하는 꿈을 꾸었다. 그는
지난해 '프레시 라이스'라는 소포장 세척 쌀을 내놓았다. 300g짜리를 밥통에 쏟아 물만 부으면 두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의 밥이 된다.
윤씨는 ㈜한국라이스텍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엄마 발명왕이 속출하고 있다. 살림살이에서 느낀 불편함을 발명으로 이어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다. 연간 매출로 수백억원을 올리고 특허권을
팔아 큰 수입을 얻기도 한다. 이들은 "불편함이 발명의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 어떤 사람들이 있나 = 가장 성공한 엄마 발명왕은 ㈜한경희스팀청소의 한경희(46) 사장. 2003년 걸레질 효과를 내는 스팀청소기를
발명했다. 그동안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목표액이 1500억원이다.
한 사장은 "남자 눈에는 쓸데없어 보이는 것도 여성들에게는 요긴한 게 많다"며 "그게 바로 주부발명가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찜질방용
모자와 팬티 세트인 '트리캡'을 발명한 황지경(40)씨는 찜질방을 즐겨 찾던 주부였다. 찜질방의 높은 온도 때문에 여성들이 머리카락 손상을
걱정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모자에 영양크림을 바르고 팬티에는 좌욕 효과를 내는 약쑥 패드를 붙였다. 올 1월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생선을 구울 때 프라이팬을 덮는 일회용 종이덮개 팬캡을 발명한 박희경(37)씨. 가스레인지가 더러워지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10장짜리 한 묶음에 3000원하는 제품을 연간 1억원어치나 팔고 있다.
착착 접어 핸드백에 넣어 다닐 수 있고, 탈모를 줄이는 기능성 모자를 발명한 '편안한 자연'의 박종옥(51)씨, 인삼 줄기와 잎으로
천연염색을 하는 '황야'의 신정순(61)씨 등도 성공을 꿈꾸는 여성 발명가다.
특허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실용신안 등을 출원한 여성 발명가는 1만6105명. 2004년에 비해 12.7%가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특허권 출원에는 4.5%밖에 안 된다. 한국여성발명협회 한미영 회장은 "지난달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여성발명품박람회에는 5만~6만 명의 여성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 문경란, 강정현 기자 2006-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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