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앞에 두 번 우는 소방관 유족들
누군지 알지도 못 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 그 어느 누구보다 투철한 사명감과 이타정신으로 일하시는
분들인데요 화재진압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의 가족들이 지금두 번 울고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했지만, 아무도 그것을 몰라주는 것만 같아
한없이 서럽답니다.
정부가 이달부터 개선된 유족 연금법을 시행하기로 해, 앞으론 상황이 조금 나아지겠지만 이 마저도 소급적용이 안되, 이미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기엔 무용지물 이라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 알아봅니다. 그렇담 지금까진 유족연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는 건가요?
<리포트> 네, 이제까지는 근속년수 20년이 안될 경우에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졸지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두 번의 아픔을 겪어야 했는데요. 이번에 발표된 새 법안 역시 소급적용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안타까운 사연, 화면 보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뜨거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공무원들.
그들은 희생정신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실천해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영웅들입니다. 그 영웅 중의 한 사람, 故 장영배 소방사. 60을 훌쩍 넘긴
부모는 사진으로 밖에 만날 수 없는 아들을 눈물 없인 보지 못합니다.
<인터뷰> 김희복(65살 / 故 장영 소방사
어머니 ): "(우리 아들) 불쌍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나이 먹어서 장가도 못 가고 세상을 떠났다는 생각에·····"
故
장영배 소방사는 지난 1998년,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중 건물붕괴로 인해 골절과 횡경막 파열 등 10여종의 중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되었습니다. 이후 3년간의 투병생활은 장 소방사 본인과 가족들에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엄청난 시련이었는데요.
<인터뷰> 김희복(65살 / 故 장영배 소방사 어머니 ): "제가 고생한 것은 둘째 치고 아들 고생한 것 생각하면
머리끝이 하늘로 비쭉 올라가····"
국가유공자로 인정돼 보훈병원에서 치료받기 전까지 소방사 기본월급인 월 80만원을 받으며 모든
치료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 했습니다.
<인터뷰> 장석원(69살 / 故 장영배 소방사 아버지 ):
"나라를 위해 일하다
다쳤는데 자신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듭되는 수술과 치료가 이어졌지만 장 소방사는 결국 지난
2003년, 급성패혈증으로 병상에서 순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전해진 통보는 가족들을 더욱 슬프게 했는데요. 국가유공자임에도
현장에서의 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현충원 안장이 거부되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1계급 특진에서도 제외되었고 근속연수도 20년이 되지 않아
유족연금 역시 받을 수 없었는데요.
<인터뷰> 장석원(69살 / 故 장영배 소방사 아버지 ):
"똑같이 나라를 위해서
일하다 죽었는데 어느 사람은 현충원에 안장되고 어느 사람은 그러지 못하고 아들이 죽은 것도 마음 아픈데 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한다는 게 두 번
죽이는 거 아닙니까?"
졸지에 아들을 잃어야했지만 유족연금마저 받지 못한 또 다른 가족이
있습니다.
<인터뷰> 김복염(71살 / 故 장순원 소방교 어머니): "불쌍한 우리 아들... 너를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원이 없겠어.?"
故 장순원 소방교는 지난 1998년, 경기도 구리시에서 폭우로 고립된 사람들을 구하다 빗물에 휩쓸려
순직했습니다. 당시 나이 29세. 임신 6개월이었던 아내와 2대 독자를 잃은 부모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복염(71살 / 故 장순원 소방교 어머니): "내 심정은 말할 수도 없지. 내 가슴이 터져 나가는 것 같아.
우리 아들 생각만 하면 미칠 것 같아. 내가 죽어야 잊어버리지 (살아서는) 잊을 수가 없어."
현재 장 씨의 며느리는 유복자를
데리고 재가한 상태입니다. 매 달 나오는 보훈연금 역시 손자의 양육비로 들어가 장 씨 부부는 생활보호대상자로 받는 월 50만원이 수입의
전부입니다. 아들마저 잃고 어렵게 생계를 이어야 하는 노 부부의 모습이 안타까웠는데요.
<인터뷰> 장우성(70살 / 故
장순원 소방교 아버지 ): "대통령 훈장 받으면 뭐합니까? 사람이 살아 있어야죠. 나라에서 소방가족들 잘 보살펴 주시고 유가족들도 잘 돌봐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내걸고 현장에 임해야 하는 소방공무원들에게 두 소방관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인터뷰> 임상규(41살 / 경기도 구리소방소 소방관 ): "화재구조 현장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무조건
뛰어드는 희생정신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소방공무원의 특성상 故 장영배 소방사처럼 장기간
투병생활을 요하는 사례가 많아 소방전문병원의 설립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는데요.
<인터뷰> 김종태 (
순직소방관 추모위윈회 사무처장 ): "(소방관들이) 화재 현장에서 입을 수 있는 부상은 상상이상입니다. 화상부터 골절 또는 정신에 관한 질병 등
이런 것들을 총괄할 수 있는······."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를 감안해 근속일수에 상관 없이 유족연금을 받도록 한 '위험직무관련
순직 공무원의 보상에 관한 법률안'을 개정, 발표했습니다.
<인터뷰> 최선우 ( 구리소방서 예방담당 ):
"소방
공무원들의 오랜 숙원 과제였던 이번 법률 제정으로 유족들의 보상이 늦게나마 현실화되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어려움에 처한 유족들을 안타깝게 하는데요. 지난 2000년 이후 지난 해까지 순직한 소방공무원 수는 63명.
고인들의 희생에 머리 숙여 감사드릴 뿐입니다.
<앵커 멘트>
다시 한번 국가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다
순직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KBS 200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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