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권 얻었는데… 제발 내 아이 돌려주세요”

김모(43·경기도 양평)씨는 최근 이혼 후 우여곡절 끝에 되찾은 아이들 생각만 하면 끔찍하다. 특정 종교의 열성 신도인 아내가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며 재산까지 빼돌리자 지난해 12월 재판 끝에 이혼한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양육권을 지정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이혼 후, 양육권 행사는커녕 한 달이 넘게 아이들을 찾아나서야 했다.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도망갔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춘천의 한 여성쉼터에 아내와 아이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지만 시설측의 출입 거부와 경찰의 비협조로 애만 태워야 했던 김씨는 결국 가정법률상담소의 도움으로 간신히 아이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 김씨는 “아이들이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받은 충격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양육권을 행사하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이혼 증가에 따른 양육권 분쟁이 잦아지는 가운데 전 배우자의 일방적 거부로 양육권을 얻고도 이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양육권 행사의 법적 보호절차가 복잡해 비용과 시간이 이중으로 소요되는 데다 자녀의 교육적 문제를 감안하면 강제이행 절차를 밟는 것도 쉽지 않아 제도적 보완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매년 이혼소송 3건 중 2건은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들의 이혼이다. 통계청의 ‘이혼 당시 미성년자녀수별 이혼’ 자료에 따르면, 자녀를 1명 이상 둔 부부의 이혼소송건수는 2001년 72%(전체 13만5014건), 2002년 71%(〃 14만5324건), 2003년 70%(〃 16만7096건), 2004년 67%(〃 13만9365건)이다.

이처럼 양육권 분쟁 소지를 안고 있는 이혼건수는 높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양육권을 행사하는 데 따른 법적보호절차는 현실과 거리감이 있다. 이혼 후 상대 배우자가 자녀 인도를 거부할 경우 양육권자는 가정법원에 이행명령이나 유아인도청구를 신청해야 한다. 만약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는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고, 또다시 30일 이내에 이를 지키지 않으면 마지막 수단으로 감치명령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절차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자녀 인도를 간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밖에는 안 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가사사건의 경우 형사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양육권만으로는 경찰을 대동할 수 없어 자녀 인도를 직접적으로 강제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특히 법적 절차를 밟는 기간이 최소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양육권 불이행에 따라 미성년 자녀가 받게 되는 신체적·정신적 피해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양육권자가 이혼에 따른 이중의 고통을 겪지 않도록 소극적 페널티보다는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 김정필 기자 2006-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