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돈’, 시청률과 상관 없이 네티즌의 흥겨운 놀이감

MBC 주말사극 ‘신돈’이 같은 시간대 KBS 사극 ‘징기즈칸’을 누르고 초반 시청률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이제 겨우 시청률이 10%를 넘어선 상태임에도 제작진은 한껏 고무돼 있다. 지금까지 역사적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시청률은 낙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신돈’은 시청률과 상관없이 이미 네티즌의 흥겨운 놀이감이 됐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국내 드라마중 ‘디시인사이드’에 드라마 갤러리가 개설된 건 ‘신돈’이 유일하다. 여기서 손창민은 인기 상한가다. 그의 웃음소리인 ‘하하하하’는 아예 ‘드라군’ 놀이를 대체할 정도로 댓글을 도배질하고 있다. 극중 신돈이 ‘하하하하’하며 미친 듯이 웃는 장면의 동영상은 각종 인터넷 싸이트로 옮겨다니고 있다.

그의 대사 “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라는 말은 네티즌 최대 유행어다. 신돈은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신분제와 사회제도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한 방식은 목탁이나 불경이 아닌 정치라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패배자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신돈의 삶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고, 네티즌들은 실생활에서도 “언제까지 그렇게 살텐가”를 말하며 드라마 분위기를 공유한다.

극중 인물들의 이름은 그룹 ‘ 동방신기의 멤버 이름처럼 모두 4글자로 대체됐다. 편조 손창민이 기철 패거리와 싸울때 날아다니면서 가공할만한 무공을 선보이자 이름이 최강창민으로 변했다. 쥬얼리정(정보석) 노국지혜(서지혜) 복식보우(보우스님) 등의 별명을 짓고 드라마 제목을 ‘동방신돈’으로 바꿔버렸다.

‘신돈’은 한자리수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치고는 가장 많은 패러디물이 나왔다. ‘신돈’ 포스터의 손창민 얼굴을 개그맨 정현돈으로 바꾼 ‘형돈’,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를 변형한 ‘친절한 신돈씨’ 등 온라인 패러디 열풍이 거의 신드롬 수준이다.

온라인에서 ‘신돈’의 인기는 시청률 고전의 한 풍속도이기도 하다. 주말 밤 10시대 사극의 주시청자는 30~50대 남자들이지만 인터넷에서 ‘신돈’을 가지고 즐기는 층은 10~20대 남녀다. 게다가 신세대들은 ‘신돈’이 카메라워크의 화려한 기교나, 연출의 힘이 두드러지는 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중년 남자 시청자들은 그런 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신돈 폐인인 ‘신도니안’의 이 같은 놀이로서는 ‘신돈’의 시청률을 크게 움직일 수 없다. 결국 스토리 위주의 전개로 중년 남자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지금까지 재상이 되기 위한 신돈의 밑바닥 경험을 그린 ‘신돈’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속인으로만 보이는 편조(신돈)가 어떻게 고려를 구하려 나섰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부터 펼쳐집니다”라고 홈페이지에 밝힌 손창민의 글에 주목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기자 2005-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