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북 뜸북새 살아있었구나…43년만에 제주서 발견

“뜸북뜸북 뜸북새 울면 서울 가신 오빠가 온다고 했는데….”

가을과 함께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그간 국내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뜸부기가 26일 제주 남제주군 안덕면 삼천리 금호건설 공사장에서 부상한 채 발견돼 공사장 관계자들에 의해 긴급 구조됐다.

현재 경기 김포시 야생조류보호협회중앙회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한국뜸부기는 1962년 채집 기록 이후 살아 있는 모습으로 관찰된 적이 없다.

(동아일보 2005-9-28) 

홍도는 지금… '철새들의 축제'

벌매·항라머리검독수리·긴다리사막딱새·귤빛지빠귀·얼룩무늬납부리새…
봄·가을 희귀종 30% 날아드는 '새들의 메카'
국내 연구소 개설 … 日·中전문가 잇단 발길

“벌매다!” 29일 오후 전남 목포에서 서쪽으로 115㎞ 떨어진 섬 홍도. 국립공원 철새연구센터장인 채희영(41) 박사와 연구원 김성현(28)씨가 하늘을 향해 외쳤다. 400㎜ 망원렌즈가 달린 김씨의 카메라가 원을 그리며 하늘에 치솟는 벌매 한 마리를 쫓기 시작했다. 이내 다섯 마리로 늘어난 벌매들은 높아질 만큼 높아진 가을 하늘에 먹물이 튀긴 듯한 까만 점을 만들었다. 채 박사는 “워낙 높이 떠서 움직이기 때문에 400㎜ 렌즈로도 잘 안 보인다”고 했다. 벌집을 공격해 유충을 먹고 사는 벌매는 목이 길고 부리가 가는 것이 특징. 몸 길이 60㎝ 정도의 멸종위기 새다. 여름을 러시아의 시베리아나 일본 홋카이도에서 난 뒤 겨울을 피해 동남아로 내려가는데 중간에 쉬는 지점이 바로 홍도 일대다. 홍도는 기암괴석(奇巖怪石), 해질 때 풍경, 주변 바다의 산호가 모두 붉다.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170호)이다.

하늘이 내린 홍도를 더 아름답고 정겹게 만드는 것은 철새들이다. 겨울을 피해 동남아로 내려가는 진귀한 새들이 잠시 깃을 접는 곳이고, 다시 봄을 맞아 시베리아 등 북방으로 올라가는 새들도 사나흘, 아니면 일주일씩 머물렀다 가기 때문이다.

‘철새의 메카’인 홍도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오는 6일 이곳에 철새연구센터의 문을 열고 본격적인 철새 연구를 시작한다.

워낙 새들이 작아 관광객들은 보고도 지나치지만, 이곳에선 한국의 희귀새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따뜻한 초원에서 주로 사는 파랑딱새는 작년 11월 처음 발견된 뒤 올가을에도 한두 마리씩 관찰되고 있다. 텃새인 동박새와 달리 철새인 한국동박새도 이곳 하늘에선 종종 만난다. 멸종위기 2급으로 새로 지정된 항라머리검독수리도 겨울엔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환경부에서 멸종위기로 지정한 새 가운데 30%인 20여종이 홍도에서 발견된다. 긴다리사막딱새는 중국 남서부 동남아시아 등 따뜻한 초원에서 이동하는데,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홍도까지 올라온 것이 발견됐다. 얼룩무늬납부리새, 귤빛지빠귀 등 국내 새도감에도 등록되지 않은 새로운 새들도 나타나 이곳 연구진을 기쁘게하고 있다.

일반인에겐 철새섬으로 알려지지 않은 홍도에 연구센터가 둥지를 틀게 된 것은 이유가 있다. 다른 섬과 달리 자동차가 단 한 대도 없고, 500여명에 불과한 인구도 6.47㎢라는 작은 면적 때문에 늘어나기 힘들다. 환경 변화로 새 서식지가 변할 가능성도 낮고 적은 인원으로 집중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이 센터에서 일하는 연구팀은 박사 1명, 석사 4명 등 7명으로 모두 조류를 전공한 20~30대의 젊은 학자들. 모두 ‘새에 미친 사람들’이다.

유일한 여성 연구원인 김경희(26·경희대 생물학과 졸업)씨는 작년 이 연구센터가 생긴다는 말을 듣고, 1년반 전부터 홍도에 먼저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는 “반드시 나를 뽑아달라”고 자천(自薦)해 팀원이 된 화제의 인물이다. 연구원들은 새가 많은 봄과 가을이면 새벽부터 밤까지 홍도의 산과 하늘을 누빈다. 이들의 필수품은 망원경과 카메라다. 새를 보면 놓치지 않고 학계에 보고하기 위한 것이다. 조류 전문 생태사진작가 서정화씨도 “홍도에 와서 새의 아름다운 색을 제대로 보고 나면, 새에 반할 수밖에 없다”며 홍도에 미쳐 사는 이의 기쁨을 말했다.

홍도의 관심은 이들만이 아니다. 일본조류표식협회 회원 7명이 일주일 일정으로 홍도를 찾았다. 야마구치(山口)현 자연관찰공원에서 일하는 하라다 료스케씨는 “작년 10월 24일 일본 시마네현에서 인식용 가락지를 붙인 쇠개개비가 9일 뒤 홍도에서 발견됐다”며 “한국은 그만큼 극동아시아의 철새를 파악하기 위해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했다. 쇠개개비는 일본 북쪽에서 번식하면서 추워지면 오키나와를 거쳐 동남아시아로 내려가는 철새다.

중국과 영국의 조류 전문가들도 내달 초순에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다.

채희영 센터장은 “홍도를 경치만 좋은 관광지를 넘어서 조류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로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자료사진= 국립공원철새연구센터)

(조선일보 / 정성진 기자 2005-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