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잣대 자동차관리법 논란

2000년 레저용차량(RV) 스타렉스를 구입한 회사원 배모씨(33)는 최근 주차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얼마 전 자동차세를 낼 때는 자기 차량이 ‘승용차’로 분류됐는데 과태료 고지서에는 ‘승합차’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스타렉스가 올해부터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바뀌면서 자동차세를 전년에 비해 50%가량 더 내야 했는데 과태료를 낼 때는 다시 ‘승합차’로 간주돼 승용차보다 1만원 더 내야 한다는 설명에 화가 치밀었다.

11일 건교부, 행자부 등에 따르면 2001년 개정·시행된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7~10인승 RV는 4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승용차’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이들 레저용 차량은 자동차세를 일률적으로 6만5천원 내던 것에서 승용차처럼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돼 차종별로 세금이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2001년 이전에 나온 RV는 과태료와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을 때 여전히 승합차로 분류된다. 과태료의 경우 승합차는 버스전용차선·주정차 위반시 5만원, 중앙선침범·U턴신호 위반시 7만원 등 승용차보다 1만원을 더 내야 한다. 한번에 3만~4만원의 검사료를 납부하는 정기검사 역시 10년 미만 비사업용 승용차는 2년마다, 10년 이상은 매년 받아야 하지만 승합차는 5년 이하일 경우 1년마다, 5년이후엔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같은 모순은 자동차세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와 과태료를 물리는 경찰청, 정기검사 업무를 담당하는 건교부가 업무조율을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태료와 정기검사를 승용차 기준으로 적용받으려면 1만2천~1만5천원을 내고 승합차 번호판을 승용차 번호판으로 바꿔달아 다시 등록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어느 기관도 이런 내용을 차주들에게 별도로 안내한 적이 없다.

현재 건교부에 등록된 7~10인승 RV(올 6월 현재)는 2백34만9천여대. 이중 2001년 이전 등록차량 63만7천여대가 ‘혜택은 사라지고 의무만 늘어난’ 자동차관리법의 이중잣대를 따라야 한다.

해당 차량 소유주들은 당연히 “행정서비스는 없고 행정편의만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라 차주들에게 일일이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굳이 승용차로 재등록하지 않아도 승용차 기준을 적용, 정기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10년타기운동본부 임기상 대표는 “돈도 문제지만 시간이나 불편함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국민 부담”이라며 “정부 부처간 떠넘기기이자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 정홍민·황인찬 기자 2005-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