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한족(漢族)국가 주장 용담산성 안내판
중국, 본지 보도 나가자 떼내

‘고구려는 한족(漢族)이 건국한 국가’라고 쓴 용담산성(고구려산성) 안내판을 중국 정부가 최근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린(吉林)성 지린(吉林)시 용담산성 입구에 ‘고구려 사람은 결코 조선인이 아니다’(高句麗人幷非朝鮮人)라는 제목의 문화재 안내판을 세우고 “고구려는 중국 고대 국가인 상나라(商=은나라·서기 전 1600~1046년)에서 기원한, 한족(漢族)이 세운 국가”〈본지 7월 29일자 A2면〉라고 써서 논란을 불렀다.

최광식 고구려연구재단 상임이사(고려대 교수)는 31일 “조선일보 보도를 접한 뒤 사실 확인을 위해 지난 8월 19~22일 현지를 방문했는데 문제의 안내판은 철거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최 상임이사는 “현지 안내원은 안내판을 2004년 1월에 세웠다가 2005년 1월에 없앴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7월에도 그 안내판을 보았던 다수의 국내 학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조선일보 보도 뒤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의 안내판 주변에는 고구려 역사 전반과 고구려 산성 건축의 특징 등을 적은 안내판 3개가 더 있었는데, 이 안내판들 역시 모두 철거된 상태였다고 그는 밝혔다. 고구려가 중국에 진상한 술이라는 의미의 ‘고려공(高麗貢)’도 지난해에는 판매됐지만, 최근에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최 상임이사는 덧붙였다.

중국은 지린성·랴오닝(遼寧)성 일대의 고구려 유적을 관광지로 개발, 중국인 등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구려연구재단측은 “고구려 초기 수도인 환런(桓仁)과 지안(集安) 등을 지난 8월 둘러본 결과 중국 당국이 고구려 유적의 관광자원화와, 이를 통해 ‘고구려사=중국사’ 교육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석축이 여기저기 깨지고 뒤틀림이 진행되는 등 보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장군총(장수왕릉 추정)에는 별다른 대책도 없이 관광객용 계단이 새로 놓였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 / 신형준 기자 200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