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보고 있다
"인구늘리기는 경제'올인'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조선 후기의 선비 이덕무는 다음과 같이 걱정했다. "풍속교화가 쇠퇴하여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것이 과거·벼슬·계집·재물·노름·농담·조롱·비방·싸움·아첨·사기·인색·시기·교만·사치·술 음식·말·가구·의복·신발 따위다.…인심이
날로 나빠지고 세상의 도가 패하니 아이들 공부가 안 되는 것이 이런 데서부터 시작한다."
"아이들 버릇이 글읽기를 싫어하고
일하기를 부끄러워한다. 그래도 온갖 잡기(雜技)는 권하지 않아도 잘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부지런하여,
바둑·쌍륙·골패·투전·윷·의전(意錢)·종경도(從卿圖)·돌싸움·팔도행성을 다 알면 부모·동료가 재주 있다고 칭찬하고, 못하면 비웃으니 딱하다.
정신을 소모하고, 지기(志氣)를 어지럽게 하고, 공부를 폐기하고, 품행이 엷어지고, 사행심이 늘고, 심하면 돈내기를 하여 재산을 탕진한다."
"어른이 없는 동안에 동무를 모아 못하는 짓이 없이 장난을 하다가 어른이 오는 기미를 알면 창 틈으로 엿보고 글 읽는 체 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아이들 키우는 걱정은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이덕무가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것을 다시 지적한다면
무엇이 될까. 대충 다음과 같을 것이다.
"연정·세금폭탄·강남집값잡기·불법도청·대선자금·반기업정서·좌파·우파·수도이전·과거사법·고교등급제·내신부풀리기·수능부정·사립학교법·조기유학·신용불량·청년실업·사오정·오륙도·이태백·국민연금·노숙자·북핵·성매매특별법…"
가르치지 않아도 금방 이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상당히 많을 것이다. "카드깡·폰깡·돌려
막기·성형미인·얼짱·몸짱·왕따·10억만들기·성파라치·게임방·음란비디오·내기골프·떡값·카지노·뇌물·횡령…" 이런 것들을 보면서
자라는 아이들이 과연 제대로 클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인데도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걱정뿐이다. 여성 1명이 평생동안 낳는 출생아 수가 세계
최저수준인 1.16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022년부터는 우리나라의 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국가적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앞장서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미 '합계출산율'이라는 것이 1.19명으로 나타났을
때부터 인구를 늘려야 한다며 온갖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었다.
그런데 인구를 늘리자는 이유가 조금 불만스럽다. '일을 시키고,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 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어떤 신문은 사설에서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노령화시대를
대비, 노인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라도 인구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라고 있는 아이들조차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가르칠 필요성조차 느끼지 않고 있다. 교육은 아예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교육부총리가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학군 조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따라서 인구만 늘리면 그만이다. 제대로 사람답게 가르칠 필요도 없는 것이 이 나라
현실이다. 오로지 노동력 확보뿐이다. 어른들의 대단히 이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이런 어른들을 보고 있다. 보면서 크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제대로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가 먹고살기도 힘든 세상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키울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마련하겠다는 인구종합대책은 '연정(聯政) 올인'을 그만두고 다시 '경제 올인' 하겠다는 대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한다고 눈썹에 힘주고 있는 사람들도 정신 좀 차려야 할 것이다. 정치가 경제를 죽인다는 말이 한 때 유행했었다.
이제는 정치가 교육을 죽이고 있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 가뜩이나 줄어들고 있는 아이들마저 거꾸로 클 우려가 있다.
'전인교육'이란 말은 이미 사라진 말이 되고 말았다.
(데일리안 / 김영인 논설위원 200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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