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이 벌거벗고 있다

방풍림, 해안선의 15%… 20년간 30% 사라져…녹색연합 실태조사 마구잡이 모래채취·난개발 탓 태풍·지진해일땐 큰 피해 우려
해안가의 방풍림(防風林)이 사라지고 있다. 수십, 수백년간 바다를 지켜온 해안림(海岸林)이 무분별한 모래 채취와 펜션·콘도·도로 건설 개발
열풍에 뿌리째 뽑히고 있는 것이다.
22일 오후 3시 충남 태안 안면도 운여해수욕장. 십여년 전만 해도 여름철이면 해수욕객들이 몰려 오던 해수욕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햇살에 눈부시던 모래 대신 옹벽 시멘트와 돌 잔해가 널려있고, 여기 저기 뿌리째 뽑힌 소나무들이 흉물처럼 뒹굴고 있었다. 운여해수욕장이 폐허로
변한 것은 모 유리회사가 유리 원료로 모래를 마구 채취, 사구(沙丘·모래 언덕)가 무너지면서 해안림도 함께 붕괴됐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유리회사는 비상 조치로 옹벽을 설치했지만, 그나마 썰물에 쓸려 붕괴돼 흉물스러운 시멘트 덩이로 널려 있었다.
태안군청은 작년에도 1억원을 들여 모래 2000t을 쏟아 부었지만 이미 상당 부분 바다로 쓸려나갔다. 이평주 서산태안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가끔 바닷물이 넘어와 농지 등이 침수된다”며 멋대로 대자연을 붕괴시킨 인간의 횡포를 안타까워 했다.
녹색연합이 전국의 해안림 실태를 3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해안선 5920㎞ 가운데 해안림은 15.8%인 933㎞에만 남아 있다고 24일
밝혔다. 녹색연합 서재철 자연생태국 국장은 “해안림에 대한 과거 기록이 없어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20년 동안 30%의 해안림이 사라졌다는
것이 학계의 추정”이라고 말했다.
동해안은 강원 삼척 맹방해수욕장에서 경북 영덕 경정리 해안도로까지 곳곳에 해안림이 잘려나갔다. 강원도 삼척시의 맹방해수욕장 해안림
한가운데는 6홀짜리 골프장이 들어섰고, 114실 규모의 콘도도 지어지고 있다. 이는 도청에서 경제 살리기란 명목으로 민간업자에게 허가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경북 영덕의 고래불해수욕장 해안림에도 수련원 건물이 건설 중이다. 서해안도 마찬가지. 경기 화성 궁평리 해송군락지부터 전남 진도 녹진리 해안까지 펜션들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다. 남해안도 경남 남해
어부림, 부산의 남구 용호동 등은 해안도로, 아파트 건설로 해안림이 중간중간 끊겨져 있다.
전북 고창 상하면 명사십리해수욕장의 뒤편 해안림 일부는 왕복 2차선 해안도로를 건설하면서 끊어졌다. 주민 이덕형(48)씨는 “해일을
막아주는 나무가 한 무더기 없어져 파도가 높게 쳐오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녹색연합 최위환 간사는 “해안림은 스펀지처럼 바람이나 해일의 충격을 흡수하는 천연 방파제”라며 “일본만 해도 자치단체들이 태풍, 지진해일을
막기위해 사유지인 해안림까지 철저히 관리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자치단체들이 앞장서 해안림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해안림의 보호장치도 미흡, 해안림을 보안림으로 지정해 개발을 막을 수 있지만 시·도지사가 ‘공익’이란 명분을 내걸면 보안림 해제를
간단히 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해안림의 폭이 60m가 되면 태풍이나 지진해일의 위력을 20%로 줄인다는 연구
결과서를 냈다.
강원대 산림과학대학 전근우 교수는 “해안림을 파괴하면 얻는 것은 사소한 개발 이익이고, 잃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피해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선일보 / 정성진 기자 2005-7-25)
(아바나) 성난 파도 앞에 속수무책

24일(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의 해안거리 엘말레콘의 건물들을 향해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허리케인 윌마의 영향으로 엄청난
파도가 아바나의 방파제를 넘어 도시로 침범하면서 200만 명이 사는 도시를 마비시키고 많은 가구들이 침수됐다.
(로이터/뉴시스 2005-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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