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고용창출 청년백수 `여전`
상반기 고용시장 분석ㆍ전망
민간부문 한계 일자리 26만개늘어…年 목표치 30만개 못 미칠듯
상반기에는 일자리가 점차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으나 다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고용 사정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특히 일자리가
민간보다는 정부가 창출한 일자리에 집중돼 민간 부문에서 자발적인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 상반기 일자리 26만개 늘어 연간 목표치 30만개 못 미쳐=상반기 전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1/4분기에 상당히 저조한 모습을 보였으나
3월부터 회복되기 시작, 5월 이후에는 전년 수준으로 회복된 모습이다. 지난해 대비 취업자 수 증가폭은 4월에 26만2000명에 그쳤으나 5월에
46만명, 6월에는 42만4000명으로 늘어났다.
재정경제부 이호승 인력개발과장은 "1/4분기에 수치가 좋지 않아 우려가 컸으나 5월 들어 하반기 경제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고용
사정이 나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수경기 회복세가 아직 고용시장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전년 동월 대비 실업률이 상승한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87만8000명으로 지난해 6월에 비해 7만8000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0.2%포인트 상승한 3.6%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실업자가
2만5000명 늘었고, 실업률은 0.1%포인트 상승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6월 실업률이 방학으로 대학생들의 구직이 많아져 다른 달보다 높다는 특성이 있지만 전년 동월보다 상승했고
계절조정 실업률도 올라가 고용시장이 좋아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농림업과 건설업에서는 증가했으나 제조업에서는 감소했으며 구직 단념자도 감소하지 않고 있다.
작년 6월 대비 산업별 취업자 수는 사업ㆍ개인ㆍ공공서비스업(5.6%), 건설업(3.5%), 농림어업(3.4%),
전기ㆍ운수통신ㆍ금융업(1.9%)에서 증가했다.
반면 대표적 소비업종인 도소매ㆍ음식숙박업은 1.0% 줄었으며, 제조업은 1.5% 줄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제조업의 투자와 민간
분야의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기회복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실업률을 볼 때 내수경기 회복세가
아직 고용 현장까지 확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고용 사정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6월 15~29세 청년층의 실업자는 37만6000명으로 실업률은 전달보다 0.4%포인트 상승한 7.8%로 지난 1월 이후 4개월간
하락했다가 5개월 만에 상승세로 반전됐다.
최연옥 과장은 "전달보다 청년층의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의 구직활동이 늘어나고 하계졸업 등으로 구직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하반기 개선조짐 보이나 고용 창출 강화노력 필요=정부는 하반기에는 고용도 점차 회복되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호승 과장은 "상반기에 경제성장률이 3% 내외로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5~6월에는 취업자 증가 수가 40만명대를 보여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면서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5%대로 높아지면서 고용 사정도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고유가 등 대외여건 악화 우려가 높은 만큼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박사는 "하반기에도 기업 부문에서 고용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적 측면에서 계속 고용 창출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헤럴드경제 / 박홍경 기자 2005-7-14)
6월 실업률 3.6%…청년층 실업률 7.8%청년층 실업률 7.8%..5개월만에 상승반전
6월 실업률이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15∼29세의 청년층 실업률도 5개월만에 소폭 늘어나는 등 상승세로 반전돼 고용시장의 회복 추세가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87만8천명으로 지난해 6월에 비해 7만8천명 증가했고 실업률은 0.2%포인트
상승한 3.6%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로는 실업자가 2만5천명 늘었고 실업률은 0.1%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이달부터 고용통계 기준이 기존 구직기간 1주 기준에서 4주 기준으로 전환되면서 실업률이 0.1∼0.2%포인트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통계청은 밝혔다.
기존의 1주 기준으로 따지면 실업률은 3.4%로 전달과 동일했고 작년동월에 비해서는 0.2%포인트 상승했다.
계절조정 실업률은 3.8%로 5월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와 50대에서 실업률이 전달보다 올라갔다. 작년 6월과 비교할 경우 실업률은 30대 이상에서 올라간 반면 20대는
같았고 10대는 하락했다.
청년층 실업자는 37만6천명에 실업률은 7.8%로 전달보다 0.4%포인트 상승했고 작년동기보다는 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월 이후 4개월간 하락했던 청년층 실업률은 5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됐다.
6월 취업자는 2천324만6천명으로 작년 같은달에 비해 42만4천명, 전월에 비해서는 4만7천명 늘었다.
작년 6월 대비 산업별 취업자수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5.6%), 건설업( 3.5%), 농림어업(3.4%), 전기.운수
통신.금융업(1.9%)에서 증가했지만 대표적 소비업종인 도소매.음식숙박업은 1.0%, 제조업은 1.5% 각각 줄었다.
5월에 6개월만에 증가세로 반전된 건설업 부문 취업자수는 증가율이 소폭 상승한 가운데 두달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종사자 지위별로 보면 비임금근로자는 784만4천명으로 작년동월대비 8만1천명(1.0%)이 증가했고 임금근로자는 1천540만1천명으로
34만3천명(2.3%)이 늘었다.
취업시간대별로는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32만6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만5천명 늘었고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천66만6천명으로
40만5천명이 늘었다.
한편 통계청이 이 날 처음 발표한 고용률은 60.6%로 전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고 지난해 같은달의 60.5%보다는 0.1%포인트
상승했다.
고용률은 취업자를 15세 이상 인구로 나눠 계산하는 지표로 인구변동을 감안한 취업자수를 볼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6월 경제활동인구는 2천412만3천명으로 작년 같은달보다 2.1%, 50만2천명이 늘 었고 경제활동참가율은 62.9%로 작년 같은달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구직단념자는 11만4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1만9천명 늘었지만 전달과는 같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실업률이 대학의 여름방학과 하계 졸업 등으로 구직자가 늘어나면서 소폭 상승했다"며 "통상 6∼8월에 실업률이 올라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폭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업자 측면에서는 5월에 이어 6월에도 40만명 이상이 늘어나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고용시장이 아직 뚜렷한 경기회복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미약한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이 율 기자 2005-7-14)
대학생 35% "1·2학년때부터 취업준비”
대학생들이 취업준비를 시작하는 시기는 점점 앞당겨지고 있지만 졸업
연령은 높아져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정보업체인 잡링크는 자사 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한 올 대졸 신입 구직회원의 졸업 나이를 분석한 결과 남성 28.3세, 여성 24.7세로
평균 27.4세에 졸업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2001년 대졸 신입 구직자의 졸업 평균 연령 26.8세(남성 27.5세,
여성 24.2세)에 비해 0.6세 높아진 것이다.
반면 대졸자와 졸업예정자 2318명에게 ‘취업 준비를 시작한 시기’를 물은 결과 ▲4학년 35.4% ▲3학년 29.6% ▲2학년 20.6%
▲1학년 14.4% 등으로 조사됐다. 2003년 조사에서 2학년과 1학년의 비율이 각각 13.2%와 9.8%, 4학년이 42.1%였던 점과
비교해 볼 때 취업 준비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은 대기업(28.7%), 공기업(26.4%), 외국계기업(24.3%) 등의 순으로 선호됐다.
(세계일보 / 민진기 기자 2005-7-14)
구직자 58% "취업 희망분야 몰라 방황"
대학을 졸업한 청년 구직자 절반 이상이 취업 희망 분야를 결정하지 못한 채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20∼30대 구직자 3천84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7%가 '취업 희망 직무나 직업을 결정하지 못한 채 구직활동을 하고 있어 혼란스럽다'고 답했다.
졸업 후에도 취업 희망 분야를 정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35.3%는 '학창시절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업무와
관련된 경험 부족'(30.6%), '대학 교육과정의 취업과 직업에 대한 정보 부족'(20.2%)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64.8%를 차지했는데 특히 여성
구직자(71.6%)가 남성 구직자(58.4%)에 비해 이같은 사회적 인식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상당수 구직자들이 취업희망 분야조차 정하지 못한 채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성급한 마음으로 사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최근 신입사원들의 '조기 퇴사율'이 높아지는 원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 김희선 기자 2005-7-17)
"취업아, 네가 뭔데 백조를 울리는 거야"
여자 나이 20대 후반, 잔치는 끝난 걸까. 이 나이의 백조(미취업 여성)에겐 흐르는 시간이 무섭다. 갈수록 치솟는
취업경쟁률도 두려운 존재다. 입사 문턱에서 연거푸 미끄러져 생긴 상처에는 이제 두꺼운 딱지가 내려앉았다. 집에는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마음
먹고 나간 맞선 자리는 불편하기만 하다. 공무원시험 등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자니 앞길이 캄캄하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는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더군다나 대학 졸업 후 시간이 지날수록 벽은 더 높아진다. 각 대학 취업지원실에 쏟아지는 대학 졸업 2~4년차 여성들의
하소연과 아픔을 모아 보았다.
▶한모(27)씨(2002년 2월 S여대 영문과 졸업)=오늘 황당한 일을 겪었다. 취직은 고사하고 이러다 시집도 못 가는 게 아닌가 싶어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맞선을 보러 갔다. 호텔 커피숍에 나타난 상대방은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수수한 남자. 그런데 질문이 가관이다. "아직 직장이
없다"는 말에 곧바로 날아온 질문은 "그러면 아버지는 뭐 하세요?" 대답이 기대에 못 미쳤는지 "집은 어디세요"라는 물음으로 확인사살까지 한다.
서울 강남이라는 대답을 기대한 표정이다. 기분이 상해서 적당한 때에 일어서려니 끝까지 신경을 긁는다. "직장생활을 안 해 봐서 사회가 뭔지 잘
모르시겠지만…." "지금은 혼자 벌기엔 힘든 세상이라서…." 참담한 심정이다. 평생 찬물에 손 담그신 엄마, 우리 딸 취업하면 그때부터 일 안
하신다고 항상 노래하셨는데, 눈물이 났다.
▶김모(25)씨(2004년 8월 서울 H대 영문과 졸업)=어릴 때 공부 좀 했다는 것이 이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다. 10개월간 참을성
있게 지켜봐 주던 엄마가 느닷없이 고교 단짝 친구 이야기를 꺼냈다. "그애처럼 ○○교대나 갔으면, 너도 지금쯤 선생님이 됐을 텐데 말이다."
고교 때 한 점수 한 것이나 "시집 잘 가려면 좋은 대학 가야 한다"는 담임선생님 말을 고분고분 좇은 게 잘못이었던가. 없는 살림에 조르고
졸라서 서울로 유학왔는데…. 지금도 취직 준비한답시고 하숙비며 옷값이며 여전히 집에 손을 내미는 게 부끄럽다. 고등학교 때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친구들이 좋은 남자 만나고 있다는 소문에도 속이 편치 않다. 이러다간 이번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도 고개조차 못 들 것 같다. 어학연수 가겠다고
부모님께 조르던 일조차 이제는 죄스러운 기억이 되고 있다.
▶전모(25)씨(2004년 2월 서울 D대 경제학부 졸업)=인터넷 취업 사이트에서 본 "여자는 예쁘면 이미 70%는 성공한 인생"이라는
글에 공감이 간다. 졸업 후 몇 차롄가 최종면접까지 올라갔을 때는 자신감이 있었다. 떨어질 때마다 '부족한 점이 이거다. 저거다'라고 되짚어
가며 복기를 거듭했다. 자기소개서도 점점 고쳐쓰다 보니 흡족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최종면접에서 다섯 번째 떨어지자 쪽팔림을 무릅쓰고
친구들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부탁했다. 이구동성으로 나온 결론은 "솔직히 넌 상태가 안 좋아." 내가 못 생겼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면접관도
엄연한 남자"라는 충고까지 곁들였다. 눈물이 났다. 객관적으로 뚱뚱한 추녀는 아닌데도 말이다. "넌 전형적으로 남자들이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는
말에 성형수술이 갑자기 생각났다. 제발 능력에 따라 뽑아주세요. 저 열심히 일할게요. 회사들도 음대처럼 커튼 치고 면접시험 보면 좋겠다.
▶이모(26)씨(2003년 K대 언론정보학과 졸업)=어제는 집에서 '빈대' 소리를 들었다. "TV에 나오는 삼순이는 기술이라도 있지. 넌
대체 뭐냐." 머리 좋다던 딸이 이력서 낸다고 PC방이나 돌아다니고 있으니 답답하신 모양이다. 엄마랑 한참을 싸우고 집을 뛰쳐나와 무작정
지하철을 탔다. 내리고 보니 학교 앞이었다. 행여 아는 후배라도 마주칠까 졸업한 뒤에는 오기도 겁났던 캠퍼스였다. 몸을 숨긴 채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교문을 오가는 후배들을 보았다. 저애들도 머지않아 나의 경쟁자가 되겠지…. 집에 와 보니 책상에는 엄마가 사다 놓은 듯 EBS
공인중개사 교재가 놓여 있었다.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지는 느낌이다. 혼자 TV를 보다 보니 취업 고민을 하던 24세짜리 여자애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친년. 죽긴 왜 죽어. 너보다 두 살이나 많은 나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
▶김모(25)씨(2004년 2월 E여대 인문대 졸업)=마지막이라 믿고 모든 것을 걸었던 S전자. 최종 문턱에서 떨어진 뒤로 좀처럼 충격에서
헤어나기 힘들다. 말로만 듣던 S전자 후유증. 엄마는 면접 전날 새옷까지 사주시며 "그 회사에 붙기만 하면 원이 없겠다"고 하셨다. 사흘을 혼자
이불 속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꼼짝하지 않았다. 어디서 감점을 받았을까, 이렇게 대답하면 붙었을걸…. 자다가 울다가 하다 보니 평생 울 것을
사흘 동안 다 운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자리를 툴툴 털고 일어섰다. 이제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토익을 붙들고 있어도 걱정은 태산이다. 달마다 토익 커트라인이 어찌나 쑥쑥 올라가는지 따라잡는 것조차 숨이 찰 지경이다.
▶임모(28)씨(2001년 H대 경영학과 졸업)=내 첫 직장은 주5일 근무였다. 월급 180만원, 6시 칼퇴근…. 괜찮은 조건인데도
대기업에 대한 미련 때문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 별다른 준비 없이 나온 탓인지 줄줄이 서류 불합격. 모처럼 붙어도 면접에서 잘리기
일쑤다. 155㎝밖에 안 되는 키에 튀지 않는 얼굴 때문인가 싶어, 6개월씩 계약직으로 일하고 모은 돈으로 한 군데 한 군데 고쳐 나갔다.
처음엔 눈, 6개월이 지난 다음엔 코. 무지하게 아팠지만 꾹 참고 광대뼈까지 손을 댔다. 외모에 자신감을 회복하나 싶더니 2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서류 통과조차 어려웠다. 대기업 인사팀의 선배가 "여자치고는 나이가 많기 때문"이란다. 얼굴은 고쳐도 나이는 어떻게 해도 고칠 수 없겠지.
그러면 이제는 정말 끝인가. 28세 먹은 처녀를 할머니 취급 하는 우리 현실에 메스를 갖다 대고 싶은 마음뿐이다.
▶최모(28)씨(2002년 2월 S대 경제학과 졸업)=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각오하고 신림동 고시촌을 떠났다. 3년이나 머물던 곳이다.
1년간의 방랑 끝에 다시 찾은 곳은 노량진 공무원시험 준비 학원. 행정고시 합격을 꿈꾸다 이제는 7.9급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행정학 책을 다시
폈다. 예전에 달달 외운 내용인데도 다시 보니 새롭다. 학원에서 '최신 경향 분석' 2개월 코스를 듣는 데 40만원이나 든다. 운동복 입고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 앉아 있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간다.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은 회식 때문에 위에 빵꾸가 난다는데, 나는 1000원짜리
핫도그.토스트로 때우다 보니 속병이 생겼다. 남들처럼 대학 때 영어공부나 할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들기도 한다. 빨랫감을 들고 일주일 만에 찾는
집도 마음이 불편하다. "시험 때까지 얼마나 남았지"라는 물음에도 상처를 받는 나. 조용히 수저를 놓고 일어나 노량진으로 돌아왔다. 간이매점에서
핫도그를 먹으며 이 다음에 공무원이 되면, 죽을 때까지 핫도그는 절대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김모(27)씨(2003년 2월 서울 K대 법학과 졸업)=편.입학 설명회에 다녀왔다. '경쟁률이 어떻고….' 온통 겁주는 소리뿐이다. 이
학원 출신이라는 교대 편입생은 27세도 늦은 나이가 아니란다. 잘 풀려야 편입에 최소한 1년 반은 각오하라는 소리도 들린다. 차라리 수능을 다시
볼까도 싶다. 오랫동안 고3 과외를 했으니, 수학만 조금 더 보강하면 될 것도 같다. 공사 간다고 되지도 않는 동영상 토익 강의만 파는 것보다는
수능이 나을까. 수능 봐서 교대에 합격하면, 내가 과외했던 애의 후배가 되는 거다. 난 20대 후반의 대학 새내기, 그 아이는 20대 초반의
4학년. 졸업할 무렵엔 서른한 살이 된다. 한 번에 임용시험에 합격해도 서른두 살…. 다시 수능 책을 펴는 수밖엔 없을까.
▶박모(26)씨(2003년 서울 S대 국문과 졸업)=얼마 전 6년째 사귀던 남자친구에게서 결별 선언을 받았다. 사랑하지만, 비전이 보이지
않는단다. 마음고생도 심했다고 한다. 동갑내기인 그 남자친구는 지금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첫 월급 탔다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레스토랑에도 갔고,
책 사라고 용돈도 주던 사람이다. 돌아보면 "취직 못하는 애들 보면 답답하다"면서도 오랫동안 잘 참아줬다. 좋은 사람이었는데, 결국엔 이렇게
되는구나. "회사 가니까 좋은 사람들 많더라"고 얘기했을 때, 그때 바로 비켜줬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 달만 더 기다려줘"라며
2년을 끌어온 내가 나쁜 걸까. 한때 사랑 앞에는 국경도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사랑도 백조 앞에선 이렇게 쉽게 무너져 내릴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어요.
(중앙일보 / 이수기 기자 200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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