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북핵 해법 제3의 길?"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국와 북한간 대립을 보면 마주 보고 달리는 두 대의 열차가 연상된다. 감정의 골까지 패인 터라 국제 사회에선 곧 '충돌'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 만난 한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6자회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등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사실상 '제3의 길'을 선언한 것으로 읽힌다.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려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원칙 재확인'은 곧 '또다른 길'이 된 셈.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한 구체적 협의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며 공개하지 않아 한중간 북핵 해법 마련을 위한 첫 단추가 꿰여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한중 정상 주요 의제 '북핵' =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를 주요 의제로 올렸다. 30분으로 예정됐던 회담 시간을 20분이나 넘긴 것도 북핵 관련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논의도 오갔다. 대신 양측은 철저히 함구했다.

정 보좌관은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많은 얘기가 오고 갔으나 지금 공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북핵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 등 6자회담 외 '다른 선택방안'이 거론됐는지에 대해서도 "대답하지 않겠다"고 넘어갔다. 이는 역설적으로 한중 정상간 매우 민감한 문제까지 거론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 北, 美 모두를 향한 우려 = 물론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만으로도 분위기는 감지된다.

우선 양국 정상이 '현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한 게 눈길을 끈다. '북한의 6자 회담 불참'을 꼭 짚기보다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의 행보에 대한 우려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일방 책임론'보다 '양자 책임론'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도 들린다. 지난주 한중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미 수뇌부간 '상호 비방전'에 대해 우려를 표현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원칙의 재확인 역시 북한과 미국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6자 회담 복귀'는 북한을 향한 경고지만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다.

특히 '평화적 해결'을 거듭 확인한 것은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미국의 강경 구상에 대한 한·중 양국의 공동 제어로 풀이된다.

◇ 韓·中의 '제3의 길?' =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한 첫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현재의 상황을 타결하기 위해 양국 외교 당국간 고위 실무 협의를 한층 더 강화하기로 한 것. 북-미간 대립 상황 속에서 한국과 중국이 별도의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노 대통령이 주창했던 주도적 역할, 북핵 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론 등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국가가 중국밖에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분위기인 만큼 중국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후 주석의 방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 회담에서 후 주석의 방북을 비롯 다양한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측이 북핵 관련 논의에 대해 극히 말을 아낀 것과도 연결된다.

(머니투데이 / 박재범 기자 2005-5-9) 

공개 곤란한 50분 대화 … '핵실험 말라' 우회 경고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여국의 정상 외교가 분주하다. 8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출발점이다.

6월 중에는 미국.일본과의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북.미 대립이 격화되며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진행되는 '마지막 외교적 노력'같은 양상이다.

◆ 청와대 "정상회담 만족" = 한.중 정상회담은 중국의 대북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교착 국면을 타개할 해법 마련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기대 속에서 열렸다. 두 정상은 이날 6자회담 개최가 계속 지체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의 즉각적인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은 북한의 핵실험, 북핵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이로 미뤄 북에 대한 6자회담 복귀 촉구는 핵실험 강행 중지 요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국제적 방안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 보좌관은 "두 분 사이에 많은 얘기가 오갔으나 공개하기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그러나 "회담 결과에 만족한다"고 해 두 정상 간에 북핵문제에 대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해법이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이날 회담은 30분간 예정됐으나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가 50분간 진행됐다.

◆ 심각한 ASEM 분위기 = 7일 폐막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도 북핵 문제는 심각했다. 한.중.일 외교장관만 이를 지적한 게 아니다. 38개 회원국 외교장관들도 교토 ASEM 회담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강력히 촉구하는 의장 성명을 공식 채택했다.

성명은 "2월 10일 핵 보유를 선언한 북한 외무성의 발표에 깊이 우려한다"며 "대화를 통해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중.일 장관회담에 이어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일본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은 "여러 소문이 오가지만 아직 확실한 정보는 없다"며 "하지만 6자회담이 10개월 넘게 중단된 동안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계속 추진됐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매우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반기문 장관도 "현재 각종 정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며 "북한은 우리 정부가 미국.중국.러시아 등과 이 문제를 놓고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아직은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릴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 최훈.박신홍.김춘식 200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