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이상기류-재조정 진통' 엇갈려

최근 각종 군사현안을 둘러싼 한미 양국간의 `이상기류설'이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외 일각에서는 한미 군사동맹 관계에 `균열' 조짐이 보이는 게 아니냐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으나, 다른 일각에서는 전통적 한미동맹에서 미래 한미동맹으로 재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양측이 서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사안으로는 작전계획 5029와 주한미군의 전력 변화, 방위분담금 감액, 전쟁예비물자(WRSA) 폐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동북아 균형자론, 자이툰부대 병력의 감축 등의 현안들이 포함돼 있다.

◇ `작전계획 5029' =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군사적 대응조치를 상정해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추진했던 작계 5029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작계 5029' 초안은 북한의 내부 소요사태, 정권 붕괴, 대규모 탈북 사태 등 여러 상황과 그에 대응한 단계별 군사적 조처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쟁점은 북한 내부 소요사태나 대량 탈북자의 발생 등 군사적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안에 공세적인 군사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한 지 여부와 함께, 북한 정권 붕괴시 북한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누가 확보하느냐로 압축된다.

특히 북한 정권 붕괴시 한미연합군 전력이 북한 전 지역을 장악하면 정부가 조직되기 이전에 `잠정적 통치권한'을 전시작전통제권이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이 갖게 됨으로써 `대한민국의 주권을 제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게 문제로 부각됐다.

그 저변에는 북한 지역을 `미수복 지역'으로 보는 한국군과 `연합사 관할지역'으로 보는 주한미군간의 인식의 갭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는 작년 12월 합참으로부터 그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유관부처와 협의해서 지난 1월 `작계 추진 중단'을 결정했다.

NSC는 지난 15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작계 5029가 한미 군당국 간에 추진되기에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이 계획의 여러 사항들이 대한민국의 주권행사에 중대한 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주한미군측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한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은밀성을 요구하는 작전계획이 어떻게 대외에 공개될 수 있느냐며 한국측에 의구심을 보이는 한편, 연합사 내부 문건 형식으로라도 애초에 구상한 대응방안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작계 5029에 대한 한미간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은 15일 국회 국방위 답변을 통해 "필요하다면 미 국방부와 장관급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과의 협의 용의를 내비쳤다.

'작계 5026'에서 '작계-5030'까지 연합사의 작전계획이 한국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된다.

◇ 주한미군 전력 변화 = 오는 2008년까지 1만2천500명을 줄이는 주한미군의 감축과는 다르게 항공전력의 조정도 잠재적인 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군측은 수송헬기 부대를 해체해 다목적 기능을 가진 항공부대로 재편한다고 하지만 공격용 아파치(AH-64D) 헬기부대를 줄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파치 공격용 헬기부대를 줄이면 북한의 특수부대와 저공침투기(AN-2), 고속공기부양정 침투에 대응하는 임무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미측은 아파치 3개 대대 가운데 1개를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통보했다.

◇ 방위비 분담금 감액 = 지난 해에 비해 8.9% 가량 낮춰 6천800억원으로 잠정 합의했던 방위비분담금 협상(SMA)도 최근 문제가 불거진 현안 중 하나다.

찰스 캠벨 주한미군 참모장이 지난 1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한국인 근로자 1천명을 줄이고 사전배치된 일부 장비를 철수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 등이 방위비분담 감액에 따른 '분풀이' 차원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 1천명 감축은 주한미군 기지 재조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연계하는 것을 차단했다.

하지만 미국이 2006년말까지 전시대비 WRSA계획을 폐지키로 한 것은 방위비분담금 감액에 따른 운영유지비 절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측은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WRSA의 '선택적 구매'라는 한국의 입장에 대해 전량 인수 쪽으로 의견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동북아 균형자론 =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앞으로 한미 양국이 협상해 가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사안 중 하나다.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난 3월 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을 통해 주한미군의 기동군화 등 전략적 유연성은 인정하되,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같은 인식 위에서 정부는 `협력적 자주국방'을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문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이어, 노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놓고도 한때 미국측의 오해가 없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북아 균형자 역할'이란 한미 안보동맹을 주축으로 주변국과 협력.교류를 증대시켜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확고히 하면 그 것이 곧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는 것인데, 그 것이 마치 한미동맹을 일탈하는 것으로 잘못 비쳐진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숙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12∼16일 워싱턴을 방문해 동북아 균형자론을 포함한 각종 한미현안에 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으며, 미측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오해의 상당 부분을 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자이툰부대 감축 = 자이툰부대 2진 병력이 3천274명으로 이미 귀국한 3천548명보다 274명이 줄어든 것을 놓고도 한미간 이견설이 불거졌다.

한국군의 파병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는데도 한국의 독자적인 의사에 따라 병력 규모를 축소한 데 대해 미군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지난 2월 이라크 다국적군단(MNC-I)에 병력조정 내용을 통보했고 지난 5∼6일 열린 제2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회의에서 미측의 '오해'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SPI회의를 통해 남북관계 발전 등 한반도 안보상황 변화와 중.장기적인 전략상황을 평가해 한미 동맹의 새 청사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군사현안을 둘러싸고 당분간은 서로 다른 견해를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탈냉전과 남북화해, 한국의 위상 신장 등 변화된 조건을 감안하면 현재 한미동맹은 어차피 겪어야 할 진통이자 홍역이다. 이를 통해 더 발전되고 견고한 한미동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 김귀근 기자 2005-4-17)

"한국 '작계 5029'거부는 한미동맹 긴장 징후" <LAT>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6일 북한내 정권붕괴 등 여러 상황에 대응, 단계별 군사적 조치를 규정한 '작계 5029'가 주권행사에 장애요인이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에 의해 무효화됐다고 전하고 "이는 한미동맹에 있어서 가장 최근의 긴장 징후"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한국, 미 대북계획 거부' 제하의 서울발 기사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올해 한국의 반대로 주한 미군은 북한 김정일 정권의 붕괴에 대비해 마련한 비상계획을 파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작계 5029' 전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레 실각, 소요 또는 대규모 탈북사태로 이어지는 등 북한 공산 정권이 지리멸렬하게 될 경우 군사적 대응조치를 담고 있다.

이 신문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한국 정부 관리들이 (평양의) 권력 공백시 미국이 군 병력을 지휘, 어쩌면 지난 1950~53년 한국전쟁을 수행했던 유엔 사령부 깃발하에 성급하게 미군이 투입되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면서 한반도 전체를 합법적 영토로 여기고 있는 한국은 북한체제 붕괴시 주도권을 장악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타임스는 또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 핵 해법을 놓고 방법론상 뚜렷하게 대조되는 견해를 갖고 있다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북한 침공 계획이 없음을 밝히면서도 김정일 위원장을 혐오하고 북한의 정권 변화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난민들이 휴전선을 넘어 남쪽으로 대거 넘어올 북한의 붕괴 사태를 피하려 부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 김용윤 특파원 2005-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