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의 시작, 고조선
서울의 서쪽에 위치한 섬, 강화도, 이 섬의 남쪽에 우뚝 솟은 마니산 469미터 정상 참성단에서는 해마다 10월3일에 하늘에 올리는 제사가
행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하늘에 올리는 이러한 제사는 고조선의 시조였던 단군이 백성들에게 신을 섬기는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서 직접 하늘에 올린
것인데, 그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천3백년전쯤으로 추정된다. 그후 강화도 마니산은 한민족의 성지로 자리잡게 되었고, 1955년부터는 매년
전국체전의 성화가 이곳에서 채화되고 있다. 88세계 장애인 올림픽 때도 이곳에서 성화가 채화되어 대화기간 내내 불을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4천년전 이곳에서 백성들을 위해 하늘에 제사를 올렸던 단군, 그가 세운 고조선은 한국 역사에 어떤 의미일까?
“고조선이 갖는
의미는 우리 역대왕조의 최초의 왕조로서의 개국의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까지 연결되는 나라의 정통성의 출발점이 고조선이었다.” (성신여대 역사학과
이현희 명예교수)
그리고 그 나라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 그에 대한 기록은, 고려 때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 상세히 나온다.
옛날, 하늘에 살고 있던 환인의 아들 환웅은 하늘 아래 인간 세상에 뜻이 많았다. 아버지가 이런 아들의 마음을 알고, 하늘 아래를
내려다보니, 인간의 세상을 이룩할 만했다. 그래서, 환웅에게 천부인, 즉 천신의 아들이라는 증표, 세 개를 주고 내려가 다스리게 했다.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환웅은 곧 3천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 밑으로 내려왔는데, 이곳이 곧 신시이다. 이것이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신화의 첫
부분으로 현대인들이 듣기에 난해한 면이 없지 않다.
"단군신화에서 환인과 환웅은 天神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다른 외국신화에
비교할 때 직접 천신의 후손이 내려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한 외국의 신화에서는 세상을 창조한 신은 숨은 신인데, 우리는 환인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신화학자 이경덕)
그렇게 적극적으로 인간세상에 개입한 신 환웅, 그가 이 땅에 내려온 곳이 신단수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신단수는 우주나무,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경계가 된다. 우주나무가 있는 곳은 우주의 중심이다. 우주의 중심에 환웅이
내려와서 신시라고 하는 세상을 만든다."(이경덕)
그런데 환웅은 우주의 중심에 내려올 때, 혼자 오지 않았다.
그의
곁에는 바람을 다스리는 풍백, 비를 다스리는 우사, 구름을 다스리는 운사가 함께 있었고, 360가지 인간사를 관장했다고 삼국유사에는 기록돼
있다.
"이동이나 유목생활이라는 단계에서 정착생활로 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백, 운사, 우사를 거느리고 360가지 인간사를 모두
관리하고 그것을 통해 인구를 점점 불려나갔다고 하는 것은 농경사회인 동시에 우리 민족의 문화가 정착된 가운데 새로운 문화를 발생시키는
사회였다."
환웅이 세상을 다스릴 때 같은 굴에 함께 살면서 매일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비는 기도하는 호랑이와 곰이 있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호랑이와 곰을 본 환웅은 두 마리 동물 앞에 쑥 한줌과 마늘 스무개를 주면서 말했다.
이것을 먹고 백일동안만 햇볕을 보지 않으면 인간이 될 것이라고.. 그런데 왜 하필이면 쑥과 마늘만 먹으라고
했을까?
"마늘과 쑥은 해독능력을 갖고 있어서 우리가 전통적으로 해독성을 필요로 할 때 쓰는 약물이다. 한편으로는 강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할 때, 고난이나 역경을 상징하기도 한다."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백일이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곰과 호랑이는 과연, 성공했을까? 그렇다.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버렸고, 곰만 그 금기를 지켜서 고운 여자로 변신했다.
"신화는 환경의 산물이기도 한데 북유럽 신화에는 늑대가 등장하는데
늑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에서는 곰이 많아 곰토템을 다 갖고 있다. 일본의 아이노족, 한국,에스키모, 북아메리카 인디언까지 곰토템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신화는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곰토템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곰의 소원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여자가 된 곰은 매일 신단수 밑에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빌었다. 여자가 아이를 가지려면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남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환웅이 남자로 변해서 웅녀과 결혼하고, 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나는데 .. 이 아이가 훗날의 단군이다.
단군은 기원전 2333년 평양성에 수도를 정하고, 나라 이름을 조선이라고 불렀는데, 그뜻은 태양이 뜨는 자리, 라는 뜻을 가진
고대 우리말, 아사달의 한자 표현이다. 실제로 조선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1세기경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전국책, 산해경에 나와있기도
하다. 조선이 고조선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성계의 조선조가 개국하면서부터인데, 후세에서 둘을 구별하기 위해 단군의 조선을 고조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고조선이 개국한 기원전 2333년이라는 연도다. 이것은 한국의 연호인 단기(Dangi)를 헤아릴 때 쓰는
시작연도로서, 쉽게 말해 올해는 단기 4337년인 것이다. 한국의 역사가 시작된지 올해로 4337년이 되었다는 뜻이다. 또, 단군이라는
이름이 단순히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는 사실도 주목할만하다.
단군은 개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 이다.
제정일치사회에서 샤먼 킹, 무당왕이라는, 정치권력과 종교권력을 동시에 지닌 뜻을 가진 일반명사이다."(이경덕)
이를 미루어볼
때 고조선은 정치와 종교가 일치된 사회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조선 사회의 모습을 짐작케 해주는 중요한 기록은 중국의 한서지리지에서
언급되고 있는 8조의 법이다. 구체적인 법령의 내용으로는 그 중 3개만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보면, 첫째, 사람을 죽인 자는 즉시 사형에
처한다. 둘째, 남을 다치게 한 자는 곡식으로 배상한다. 셋째,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데려다 노비로 삼는다. 단 배상을 하는
경우에는 1인당50만전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와 피지배에 대한 영역이 분명해진다. 그전에는 지배와 피지배라는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고조선에 들어서면서 이 구분이 명확해지고, 사유재산에 대한 관념이 강해진다. 도둑질한 자는 몇 배의 배상을 해야 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은, 공유재산에서 사유재산으로 분명해진 것이다. 요즘말로 하자면 내 재산은 내가 등기한 재산이다. 법적으로 보장하는 거다. 이런
의식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여성들의 정절을 깨끗하게 지켜야 했었다고 전해지기도 하는데,사회의 규범과 질서가 그만큼
발달되어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위지동이전이나 열전과 같은 중국고전에서 분명하게 나타내주고 있다.
"(이현희교수)
단군은 그후 천5백년동안 조선을 다스리다가 아사달산 속으로 들어가 산신이 되었으니, 그때 나이 천9백8세였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삼국유사의 기록이다. 어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신화가 역사적인 사실이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신화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그 민족의 상징이며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역사를 연 단군 신화 속에 숨은 한민족에 대한 상징과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단군신화는 천신의 아들이 이 땅에 강림해서 우주의 나무라는 신단수 앞에 세상을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사는 이야기이다. 하이라이트는 결혼식이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식물을 대표하는 우주나무가 있고 동물을 대표하는 곰이
있고 그 사이에 사람들이 있다. 온 우주가 모여서 벌인 잔치가 결혼이다. 이 결혼에서 단군이 태어난다. 이 이야기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그런 축복을 갖고 태어났다,라는 것. 한국의 단군신화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답게 태어났는지 전 우주의 축복을 갖고 태어났다는 이야기이다.
"(이경덕)
하늘과 땅과 나무와 동물.. 전 우주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한민족, 그리고 시작된 한국의 역사.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된다.
(KB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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