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中에 가린 한국기술

얼마 전 중국 온라인 게임업체 '성다(盛大)' 천톈차오(陳天橋) 회장이 중국 최고 부호 중 한명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유명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까지 올랐다.

천 회장은 중국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산업 중 하나인 인터넷 분야가 만들어낸 인물이며 31세라는 나이로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성다는 국내 게임 업체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 이라는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해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며 성공신화를 이뤄낸 기업이다.

중국 인터넷 산업은 최근 기업공개 열풍으로 엄청난 부를 가져오면서 기회의 산업으로 통하며 중국 젊은이 사이에 동경 대상이 되고 있다. 성다에 이어 '소후' '신랑' '넷이즈' 등 인터넷 기업도 미국 나스닥에 등록하며 세계 증시에 새로운 열풍을 불어넣었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세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지만 성다처럼 자체적인 기술 개발보다는 외국 기술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 많다.

국내에서 개발한 게임인 '뮤' 를 서비스하고 있는 중국 게임업체 '나인시티' 도 나스닥 등록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성다' 가 서비스하고 있는 '비앤비 ' 도 캐주얼게임으로는 세계 최대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기술 과 서비스가 중국으로 건너가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훨씬 큰 중국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에 여러 모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구려 역사가 중국 역사로 둔갑되는 현실을 볼 때 뛰어난 한국 IT기술들이 중국 기술로 세계에 알려질 수도 있어 이대로 우리 기술력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출장을 갈 때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인터넷 산업을 체감할 수가 있다 . 지금까지 인터넷 강국, IT 선진국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다니던 한국이 자칫 방심하면 중국에 그 수식어들을 빼앗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 속도는 위협적이다.

우리 기술을 지키는 노력을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중국 인터넷 산업 성공을 이끈 핵심기술이 바로 한국 IT기술이라는 것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때다. 적어도 우리의 우수한 기술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에 파묻히는 일은 없어야겠다 .

<김범수 NHN㈜ 대표>

(매일경제 2004-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