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교역로 복원 뗏목대장정 나서는 방의천대장

“잊혀져 가는 발해를 되찾기 위해 학자들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의 행동도 필요합니다.”

내년 1월 1일 발해인들의 해양교역로를 복원하기 위해 발해뗏목탐사대장정에 나서는 방의천(46·사진) 대장. 그는 국내에서 웬만한 암벽 등반과 등산을 모두 섭렵한 탐험전문인으로 알려져 있다.

방 대장을 포함한 4명의 탐사대는 내년 1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출발, 28일 동안 항해한 뒤 일본 니가타항에 도착한다. 니가타항은 발해의 해상교역로로 요충지였다.

그는 발해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죽음을 무릅쓰고 일본과 해상교역을 했던 발해인들의 혼과 기상을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표방하는 지금의 후손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은 발해역사는 중국의 고구려사 역사왜곡에 대처하고 향후 간도땅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번 탐사에 반드시 성공해 ‘해동성국’으로 불린 발해 역사를 되살리겠습니다. 이를 통해 동북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겠습니다.”

방씨가 이 일에 뛰어든 계기는 1998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 장철수씨 등이 ‘발해 1300호’라는 뗏목으로 발해 뱃길 탐험에 나섰다가 일본 앞바다에서 암초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발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던 그는 전문 탐험가도 아니었던 이들의 도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그는 발해뗏목탐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2000년 재도전을 목표로 사전준비를 착실히 했다. 우선 발해 관련 서적과 논문 수십권을 읽고 발해역사를 전공한 학자들을 찾아다니면서 공부했다. 뜻이 맞는 대원들을 찾고 후원자도 물색했다.

하지만 3억원이 넘는 탐사비용을 마련하는 게 문제였다. 자신의 전 재산이었던 충남 천안의 카페까지 처분했지만 비용 마련이 쉽지 않았다. 결국 2000년 새해 첫날 출항하기로 했던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초등학생들이 전화해 언제 떠나느냐고 물을 때 가장 곤혹스러웠어요. 7년 동안 준비만 하다 가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거짓말하는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다행히 시민사회단체와 정치인, 종교인 등이 참여한 발해뗏목탐사대장정추진위원회가 결성돼 방 대장의 탐사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8월 열린 탐사기금 마련 미술전시회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탐사비용을 거의 모아 내년 1월 1일 장도에 오르게 됐다.

이들은 11월부터 강원도 속초에서 뗏목을 만들어 본격적인 항해적응훈련을 한다. 뗏목은 12월 30일 우리 해군 함에 실려 러시아로 이동한다.

발해 탐사를 준비하며 민족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방씨의 다음 계획은 고구려의 맥을 찾는 것이다. “고구려인들이 멕시코로 이주했다는 설이 있는데 직접 확인하기 위해 태평양을 뗏목으로 건너고 싶습니다.”

(세계일보 / 이성대 기자 2004-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