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 역사왜곡 심하다"
국내외에서 제작된 컴퓨터 게임이 우리 나라 역사를 심하게 왜곡함으로써 손상된 국가 이미지가 각국 청소년들에게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윤원호(尹元昊.열린우리당) 의원은 4일 문화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내외에서 생산 판매되는 컴퓨터 게임이 우리
나라 역사를 왜곡한 실태를 파악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윤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대만 소프트월드가 출시한 '한나라와 로마'에는 고구려가 야만적이고 악한 민족국가로서 정벌 대상으로 돼 있다.
'설가장'이라는 게임은 고구려를 악의 소굴로 그렸고, 고구려 섬멸이 게임의 목표로 설정돼 있다.
일본에서 제작된 '칭기즈칸4'에는 고구려 19대 왕인 명종이 군벌을 규합,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에 오른 것으로 왜곡돼 있으며, 대몽항쟁인
삼별초의 난을 내전으로 그리기도 했다.
일본의 엘프에서 개발한 '라이무이로 전기담'에는 러일전쟁이 세계를 구하는 성전으로 묘사됐고, '대항해시대 외전'에는 거북선이 일본
군함으로 등장한다. 일본 케콤사가 출시한 '기무자 2'에는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거북선을 타고 하늘을 날며 지휘하는 장면이 등장하기까지 한다.
윤 의원은 또 일본 고에이사가 출시한 '제독의 결단'이라는 게임에서 '강제노동' 을 클릭하면 기지가 정비되고, '위로'를 클릭하면 병사가
여성을 껴안고 사라졌다가 원기를 회복하는 등 일제시대 강제노동과 종군위안부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출시된 '환상 삼국지'는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 응원단의 상징 이었던 치우천왕을 악마로 묘사했는가 하면, 역시 국내
업체가 개발한 '시아'라는 게임은 '치샤'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수출되면서 배달국 치우천왕이 악마에게 현혹돼 전쟁을 일으키는 악의 화신으로 묘사돼
있다고 윤 의원은 지적했다.
윤 의원은 "중국은 스웨덴의 패러독스사가 개발한 '철의 심장부'라는 게임에서 티베트, 신장지역이 독립국으로 묘사돼 수입금지하고 게임CD를
몰수하는 등 강경조처를 취했다"면서 "최초의 남북합작 모바일 게임의 명칭이 '독도를 지켜라'에서 '섬 을 지켜라'로 바뀌어 허가가 났다가
게이머들의 항의로 다시 '독도를 지켜라'로 바뀐 것은 중국의 대응자세와 비교해 아쉬움을 남긴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 정천기 기자 2004-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