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 왜곡 中에 `결자해지' 촉구

"왜곡 시정후, 2월 한-중 합의 지켜라" 한-중 외교차관회담..중국측 해법 주목

정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 우리 정부와 국민이 느끼는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전하고 중국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의있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정부는 특히 중국 측에 그간의 왜곡조치를 시정하고 지난 2월 최영진(崔英鎭) 차관-왕이(王毅) 부부장 간의 합의사항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진(崔英鎭) 외교통상부 차관은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18층 조 약체결실에서 방한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신임 아시아담당 부부장(차 관급)과 만나 양국간 주요 현안을 논의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담에서 최 차관은 고구려사는 우리 민족 정통성의 뿌리인 만큼, 결코 훼손을 용납할 수 없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한국민의 심각하고 중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최 차관은 특히 중국 측이 지난 2월 왕이 부부장이 방한해 고구려사 문제를 정부 차원이 아닌 학술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의견을 제기해 한-중 양국이 합의한 것을 상기시키고, 그간 중국내 관영언론 매체와 외교부 홈페이지 왜곡 등과 관련해 상응 하는 조치를 취하면 양국간 학술 차원의 접근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날 방한한 우 부부장은 한중수교 12주년을 앞두고 고구려사 문제로 불거진 양국간 외교갈등 해소를 위한 중국 정부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리 빈 주한 중국대사와 동행한 우 부부장은 최 차관과 회동 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외교부를 빠져나갔다.

우 부부장은 이날 오후 반기문(潘基文) 장관을 예방하고, 이어 저녁에는 최 차관과 만찬을 갖고 고구려사 문제를 재차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우 부부장의 방한은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26일 방한에 앞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최 차관과 회동에서는 고구려사 문제가 중요한 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 부부장은 고구려사와 관련한 한국의 입장을 잘 알고 있고 이로 인해 한-중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미래지향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대사관 측은 우 부부장의 방한 일정에 대해 일체 비공개로 해 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임명된 우 부부장은 `동북공정'(東北工程) 대상지역의 하나인 헤이룽 장(黑龍江)성 출신으로 1998∼2001년 주한 대사를 지낸 `한국통'이다.

한편 자칭린 주석은 중국 공산당 서열 4위로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 초청으로 방한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예방하고 정부 및 정치권의 고위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 인교준 기자 200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