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 5 - Koguryo is an ancient empire of Korea

학자들의 양식, 국제사회여론 호소로는 해결 안돼

알퐁스 도데의 단편 소설 “마지막 수업”을 어려서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프러시아의 알사스 지역 점령으로 더 이상 프랑스어로 가르치지 못하게 되어 프랑스어로 마지막 수업을 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국어 학자는 국어 사랑의 진한 이야기를 발견할 것이다. 당연히 국어 교과서에 실릴 것이다.

친일파 제거를 부르짖는 항일 운동가들이 이 소설을 보면 눈물겨운 독립 운동을 떠올릴 것이다. 오직 친일과 항일로 선악의 기준을 삼았던 그들은 이 소설을 윤리 교과서에 넣을 것이다.

역사학자들은 이 소설을 읽고 나폴레옹의 등장에서 프러시아의 침공과 1차 대전에서 파리 평화협정으로 숨가쁘게 이어졌던 유럽의 현대사에 대한 바른 역사 기술의 필요를 느끼면서 역사 교과서에 싣고자 할 것이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주류 집단은 이 소설을 투철한 국가관과 국민의 가치관을 고양하는 자료로 삼을 것이며 정치 사회 교과서에 실으려고 할 것이다.

만약 국운이 걸려 있는 국가적 아젠다를 눈앞에 두고 고민하고 있는 국가 주도 세력이 이 소설을 본다면 그들은 모든 교과서에 이 소설을 실을 것이다.

역사를 누가 다루느냐에 따라서 역사의 정체는 달라진다.

역사 학자의 역사와 정치인의 역사는 다르다. 교육가의 역사와 소설가의 역사는 다르다. 국가 지배 계층이 보는 역사는 민중이 보는 역사와 다를 수 밖에 없고 한 나라의 역사는 인접국의 역사와 다를 수밖에 없다. 역사의 문제를 단순히 역사 자체의 문제로 보지 않고 역사를 다루고 해석하고 사용하는 주체가 누구냐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방위적인 고구려 역사 왜곡이 중국 최고 지도층의 지시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사실을 공적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학계, 교육계, 외교가와 심지어 관광 가이드에 이르기까지 단번에 관통하여 이루어진 '工程'이라면 역사 교육을 국가의 명운이 걸린 아젠다로 삼은 국가 주도 세력이 주체가 되어 실행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주체가 국가 최고 지도층이라면 '工程' 과정에서 단순히 들러리 역할이나 수행했던 역사 학자들을 상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중국 학자들의 말을 인용하고 중국 정부의 출판물을 뒤지고 오래된 중국 지도와 교과서를 뒤져서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설득해 봤자 들러리와 허수아비를 두드리는 空程에 불과하다. 허수아비와 들러리를 상대할 것이 아니라 국가 주도 세력의 아젠다에 대응해야 한다.

국가 주도 세력이 역사를 국가적 아젠다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운이 걸리고 국가의 사활이 걸린 생존의 문제로 여겼기 때문이다. 역사와 역사 교육이 국가 존망을 결정하는 이유는 역사의 해석과 교육의 방향이 바뀌는 것에 따라 종종 전쟁과 같은 난세가 닥치기 때문이다.

중국의 현대사를 통해서 중국인들이 치를 떠는 사건 중의 하나가 바로 남경 학살이다.

1937년 11월 상하이를 함락시킨 일본군은 중국공화국의 수도였던 남경에 대규모 공세를 벌여 1937년 12월 13일 남경이 함락된다. 남경이 함락된 후 세계 역사에서 그 예를 찾기 어려운 끔찍한 학살이 펼쳐졌다. 수만 명의 중국인 청년들을 도시 외곽에 집결시킨 후 기관총으로 집단 처형하기도 하고 일본도로 참수 연습과 시합을 하기도 하고 휘발유를 붓고 산 채로 집단 화장시키기도 하면서 상상을 초월한 학살을 자행했다. 버려진 시체의 썩는 냄새가 몇 달 동안 남경 도성 안에서 진동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 해 겨울에 26만명에서 35만명의 양민이 학살되었다고 증언한다. 1997년 남경 학살 60주년을 맞아 젊은 중국계 미국인인 아이리스 챙이 쓴 '남경 유린'(The Rape of Nanking)이 미국 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남경 학살을 고발한 적이 있다. 이 책의 첫장에서 저자는 남경 학살을 향해서 흘러가는 역사적인 배경을 정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많은 비중을 할애하는 배경이 바로 당시 일본의 교육 정책이었다.

메이지 유신이 한창 무르익으면서 1890년 천황의 교육칙령이 발표된다. 학교는 학생 개인의 유익을 위해서 교육하는 기관이어서 안 되고 국가의 유익을 위해서 학생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군국주의 이념을 반영한 문서였다.

교육칙령은 학교 교육 뿐 아니라 전 국민의 이념 교육을 위한 철칙으로 사용되었다. 아침마다 모든 교사와 학생들은 교실마다 천황의 사진과 함께 걸려 있는 교육칙령을 낭독했다. 어떤 교사는 교육칙령의 단어를 실수로 틀리게 낭독했다는 이유로 자결을 할 만큼 사회 분위기는 경직되었다.

모든 학과 과정에 군사 훈련이 포함되었다. 일본의 지정학적인 위치가 대동아공영권을 필연적으로 요청한다는 논리가 팽배하고 일본인의 인종적인 우월성에 대한 재교육과 함께 타 민족을 비하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졌다. 종종 총검술의 대상으로 사용한 허수아비에는 중국놈이라고 붙어 있었다.

한 세대에 걸쳐서 국가 교육이 진행되고 나서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경 학살이 필연적인 역사가 되는 길을 피할 수 없도록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집단 환각에 빠지게 되었다.

1930년대의 교실 풍경을 기술한 사가들의 기록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어떤 초등학생이 개구리를 해부하던 중에 겁에 질려서 울음을 터트렸다. 담임선생님이 우는 아이의 머리에 꿀밤을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보잘것없는 개구리 때문에 울면 어떻게 하니? 네가 크면 중국놈들을 수백명, 아니 수천명씩 죽이게 될텐데."

군국주의 일본의 국가적인 아젠다로 삼아 사회의 전방위에 한 세대에 걸쳐서 시도한 왜곡된 사관과 민족관에 따른 교육을 받은 어린 아이들이 장성하여 일본군 장교가 되었을 때 남경 학살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가축 도살하듯 학살을 자행했던 생존자들이 지금까지도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중국인은 개구리보다 못한 인종이라고 가르쳤던 교육 때문이었다.

고구려 역사 왜곡은 결코 학문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이미 정치 문제요 힘이 지배하는 국제 질서의 문제이며 따라서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 학자들의 양식과 국제 사회 여론에 호소해서 될 일이 아니다.

역사 해석과 역사 교육이 가진 국제 정치적인 파괴력을 속히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대응을 해야 할 때다.

난세를 불러오는 역사 재해석은 멀리 남경학살과 동북아공정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찍이 이 땅에도 20년 전에 이미 정치적인 도구로서의 역사를 인식하고 학생 개인을 위한 교육보다는 정치 이념을 위한 도구로서 재구성된 역사를 교육하여 난세를 불러오는데 성공한 집단이 있다. 한 세대에 걸친 재교육이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가공할 정치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교육이 가진 정치적 가치와 역사 재해석이 가진 혁명적 역량을 터득하여 도의 경지에까지 이른 국가 주도 세력이 국내 판에서 얻은 그 탁월한 능력을 이제는 대외적으로 발휘하여 국가의 난세를 막고 국가의 명운을 책임져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