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수도 南下하면 안된다”

77년 옥중서신서 밝혀

박정희 대통령이 77~78년 ‘수도권 인구 과밀과 안보상 이유’를 들어 ‘임시수도’ 건설을 준비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서울 인구 분산엔 찬성했지만 남행(南行) 천도엔 강력히 반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대통령은 ‘3·1 민주구국 선언’ 사건으로 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그는 77년 1월 29일에 가족들에게 보낸 옥중 서신에서 “요즘 정부 행정기관이 대폭 충청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다”며 “나도 71년 주장한 바 있지만, 지금 서울 인구는 대폭 대전 지방으로 이전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절대로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서신에서 “세계의 수도는 지리적 중심지라는 이점이나 국왕의 편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토 방위의 최전방에서 싸우는 피투성이 투쟁 속에서 수도라는 영광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쪽에 위치한 런던은 대륙을 마주보는 국가방위의 최일선에 있었고, 프랑스 북단에 있는 파리는 노르만인과의 투쟁이라는 똑같은 길을 밟았고, 도쿄는 서양 문물을 맞이하는 태평양 파도의 정면에 자리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델리, 빈, 모스크바, 베이징 등의 예도 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반면 신라, 백제, 고구려, 고려, 조선 등 수도는 국토의 중앙에 있어 국내 행정과 집권자 안전을 위주로 한 것이었으니 북에서 강적이 오면 남으로 도망가고 남에서 오면 북으로 달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서울 위치는 처음으로 가장 올바른 수도의 자리가 된 것”이라며 “휴전선에서 불과 250리에 있는 수도에서 국가의 모든 지도적 인물들이 국가방위에 끊임없이 긴장하며 숨쉬고 있을 때 그 남쪽의 국민의 믿음과 협력의 마음은 자연히 솟아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 김민철 기자 2004-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