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고구려史 기술도 제각각

건국시기 南 BC37년, 北 BC277년 주장...내부정비 시급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고구려사와 관련, 남북한 간에도 통일된 견해가 정립돼 있지 못한 부분이 많아 ‘외부’에 대항하기 위한 ‘내부’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북한은 우선 고구려의 건국시기에 대해 무려 200여년이나 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 사학계는 고구려 건국기년을 기원전 277년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00년 남북 사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일본에서 열린 고대사 심포지엄에서 사회과학원 석광준 교수는 ‘고구려고고학의 새로운 성과’라는 논문에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기원전 37년으로 기록돼 있으나 최근 압록강 일대의 고구려 무덤군과 광개토대왕비의 기록 등을 조사하면서 기원전 277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석교수는 이 논문에서 “삼국사기에 기원전 37년으로 기록돼 있는 것은 삼국사기의 필자인 김부식을 비롯한 신라정통파들이 고구려의 건국연대를 의식적으로 깎아내렸기 때문”이라며 “고구려인이 직접 남긴 기록이 신라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보다 더 신빙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석 교수는 ▲광개토왕릉비에 광개토왕이 추모(주몽)왕의 17세 손으로 서술돼 있는 점(삼국사기는 동명왕의 12세손으로 기록돼 있음)▲‘삼국사기’에 서술된 고구려가 ‘진나라, 한나라 때에 중국의 동북쪽 모서리에 있었다’는 구절(진나라의 중국통일은 기원전 221년) ▲고구려 초기 대표적 무덤이었던 돌각담무덤(적석총)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기원전 3세기의 유물로 인정되는 질그릇 과 철제 무기 등이 다수 출토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남쪽 사학계는 삼국사기에 기술된 ‘고구려의 건국연대는 기원전 37년’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국정교과서에도 그렇게 기술하고 있다. 북한측은 이밖에도 최근 압록강 중상류 일대와 남평양 등의 유적 발굴을 통해 고구려사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들을 밝혀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남측 학계와 제대로 공유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현숙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은 “북쪽의 고구려 건국연대 해석을 남쪽에서는 또 다른 설로 인정하고 있다”며 “남북이 함께 연구·토론해서 이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 유희연 기자 200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