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방통행에 '조용한 외교' 한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으로 반중(反中)감정이 거세지 고 있다.

이에 따라 한ㆍ중 관계가 냉각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염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군다나 고구려사 문제는 갑자기 튀어나온 사안이 아니라 한ㆍ중간 구조적 갈 등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사태해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는 동북공정을 시작한 것은 2002년 2월로, 그 직전인 2 001년 한국이 재중동포에게 국적을 부여하려 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즉, 한반도 통일 후 동북3성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이 지역의 고 구려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측에서는 그 동안 중국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반감이 쌓이고 쌓여 이번에 국민적인 반중감정으로 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여러 차례 재중 탈북자를 강제로 북송하고, 한국인 마약사범을 한국측에 통보도 하지 않 은채 사형을 집행하는 등 한국의 자존심을 자극해왔다.

그 동안 북핵문제 등을 고려해 중국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조용한 외교' 를 추구해온 외교부에서도 중국측의 '유소작위(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 행동한다) ' 외교노선에 한 번은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일방주의 외교에 맞설 우리측의 대응카드가 없는 게 현실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북한 핵문제에 발목잡혀 있는 우리로서는 대중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삼을 만한 게 없다" 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이 북핵문제 해결 에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조정역할을 하고 있는 게 중국이기 때문 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역사왜곡 중단 촉구결의안을 제출한다고 하지만 현실적 구 속력은 없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한ㆍ중 정상외교 중단을 선 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 통외통위 김원웅 의원은 6일 "중국이 신사참배를 들어 고이즈미 총리의 방중을 거부하는 것처럼 노 대 통령이 직접 나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의 아킬레스건이라 할 수 있는 대만카드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즉, 대만과 외교관계를 강화해 중국측에 경각심을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만 카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양안 문제는 미ㆍ중간 줄다리기라서 우리가 끼어들면 오히려 중국의 감정만 악화시 킬 수 있다" 며 "어렵더라도 대화와 설득을 통해 한ㆍ중 관계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도 주중대사 소환 등 강경카드를 꺼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 이 우세하다. 중국이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한국의 광복 이전 역사를 삭제한 것 은 왜곡 게재했던 때와 비교해 일단 타협적인 자세로 볼 수 있고, 앞으로 한ㆍ 중간에는 8월 북핵 실무회담, 9월 본회담 등 협조해야 할 현안이 많기 때문이 다.

한국주재 중국 대사관이 6일 뒤늦게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비자를 발급키로 한 것도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매일경제 / 박만원 기자 200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