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王 5촌 무령왕릉 방문 ‘관심집중’

아사카씨 등 3명 향 피우고 3배 올려
“日王이 비공식으로 보냈을 것” 추측

일본 왕족이 외가(外家)인 충남 공주의 무령왕릉(武寧王陵)을 찾아 참배하고 돌아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 아키히토(明仁) 왕의 5촌 당숙(堂叔)인 ‘재단법인 이문화(異文化)커뮤니케이션’ 아사카 토모히코(朝香誠彦·61) 회장과 그의 친척, 수행원 등 3명은 지난 3일 충남 공주를 방문했다.

이들은 충남도 및 공주시 관광과 직원과 이석호(李夕湖·76) 전 부여문화원장의 안내로 무령왕릉 안에 들어갔다. 무령왕릉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공개돼 누구나 무덤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훼손 우려로 인해 연구목적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사카 회장에겐 특별 배려를 한 셈이다.

아사카 회장 일행은 왕릉 안에 들어가자마자 옷깃을 여미고 과자, 향로, 향(沈香木·침향목) 등 미리 준비해온 제물(祭物)을 펼쳤다. 이어 경건한 표정으로 향을 태운 뒤 3배를 올렸다. 서기 660년 백제가 멸망한 이후 처음 찾아간 1300년만의 성묘였다.

이들은 참배를 한 뒤 국립공주박물관을 둘러보고 가져온 향로와 향을 공주시에 기증하고 공주를 떠났다. 향로는 물 컵 크기만한 도자기 형태였으며, 향은 손바닥만한 향나무 조각으로 일본 왕실이 제사 지낼 때 쓰는 1000년 이상 된 귀한 물건이다.

공주시 이태묵(李泰默·49) 관광과장은 “아사카 회장은 일본으로 돌아가면 무령왕릉에 대해 일왕에게 자세히 보고하겠다고 말하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아사카 회장 일행을 안내한 전 부여문화원장 이석호(李夕湖·76)씨는 “일본내 여론을 의식해 비공식적으로 이뤄졌지만 일왕이 보낸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특히 이들의 참배를 일왕의 방한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이씨는 히로히토(裕仁·1901∼1989) 왕이 생전에 방한(訪韓) 의사를 밝혔다가 무산된 적이 있는 데다 현 아키히토 왕은 누구보다 백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씨는 ‘구다라징(百濟人· 백제인)’으로 불릴 정도로 일본에서 많이 알려진 향토사학자이며 그가 안내한 것도 일본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한편, 아키히토 왕은 지난 2001년말 “칸무(桓武·재위 781∼806) 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기록돼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고 말해 화제가 됐었다. 또 그동안 일왕과 백제 사이의 관련설이 한국과 일본 양측 모두의 고대 사학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백제 무령왕의 동생이 26대 게이타이(繼體) 왕이 됐으며, 백제 성왕은 540년 고구려를 공격하다 실패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29대 킨메이(欽明) 왕이 됐다는 설 등이다. 지난해에는 홍윤기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일본천황은 한국인이다’(효형출판)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조선일보 200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