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습 속에 내재된 고구려 문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민속 생활풍습을 통해 고구려사 정체성을 모색하는 학술 대회가 열린다.

한국역사민속학회(회장 박경하)는 13일 오전 10시 중앙대 문화예술관에서 '민속으로 본 고구려 문화의 한민족적 정체성'을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연다.

중국의 고구려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마련되는 이번 학술대회는 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전 학술적 접근과 달리 민속 생활풍습에서 접근한다는 점이 특색이다.

서대석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고구려 신화의 성립과 민족신화적 성격'을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건국신화 자료를 검토해 보면 중국에서는 고구려 건국신화를 매우 소략하게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조상의 빛나는 행적으로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민족이 고구려를 자국 역사로 인식하였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박혜인 계명대 가정학과 교수는 현재 혼인문화와 고구려 풍속간에 유사점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고구려 혼인풍속 '서옥제'의 성격'을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혼인이 정해지면 여가(여자 집)에서는 본채 뒤에 작은 집 서옥을 짓고, 날이 저물어 찾아온 사위가 청하면 머무를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이는 처가에서 사위가 체류하는 혼인 풍습인 '서류부가'로 이어졌다"며 " '서옥'은 한반도 전지역에서 가족사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권오성 한양대 국악과 교수는 '고구려 음악의 정체성'이라는 발표문에서 '삼국 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등 한국 문헌과 '수서' '구당서 '북사' 등 중국 문헌, 대성리 1호분, 안악 3호분, 무용총 등 고고학 자료를 토대로 고구려 음악 정체성을 검토했다.

그는 왕산악이 중국 칠현금을 개작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거문고는 "동이족 악기였던 5현이 중국에서는 괘를 없애고 문현과 무현을 첨가해 칠현금이 되고, 한국에서는 고구려 이후 1현만 추가해 6현으로 만들고 16괘를 붙여 오늘날과 형태가 같은 거문고로 이어져 내려왔을 것"이라며 "악기 구조상 중국 금과 고 구려 거문고는 다른 악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일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연구교수는 '고구려 초기 벽화시대의 신화와 승선적 도교사상'이라는 발표에서 "약수리고분은 이전 벽화에 없던 하늘 중심인 북극삼성(北極三星) 별자리를 새롭게 도입해 북두칠성과 함께 나란히 묘사 함으로써 더욱 천문우주론적인 면모를 지향하였다"며 "중국 천문도에서 이런 별자리 모양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고구려 벽화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2004-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