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의 활동 무대는 중국대륙일수도
서울대 천문학과 박창범 교수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천문현상을 검증한 결과 삼국의 활동무대가 한반도가 아니라
중국대륙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밝혀냈다.
이같은 결과가 애초의 연구목적은 아니었다.
박교수는 「삼국사기」의
천문기록이 중국의 기록을 베꼈거나 꾸며낸 것이라는 일본 천문학자들의 주장에 의문을 품었다.
박교수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삼국시대의 천문상태를 재현한 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대학의 중앙컴퓨터에 연결해 가동시켰다.
시간이 흘러 방대한
관측결과가 나타나자
금성이 낮에 보이는 현상과 달이 행성을 가리는 현상, 일식현상 등에 대한
「삼국사기」의 기록들이 정확하게 컴퓨터의 계산과 일치했으며, 이들은 중국의 문헌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기록이었다.
삼국이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천문현상을 관측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그런데 실험결과 더욱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삼국에서 주기적으로 관측한 일식기록을 분석한 결과 삼국의 최적 관측지점이 한반도를 벗어나 중국 동부지역에
걸쳐 있었던 것.
초기 신라의 경우 중국의 양쯔강 유역, 백제는 발해만 유역, 고구려는 백제보다 더 북방에 최적
관측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에 대해 박교수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를 근거로 삼국의 무대가
중국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
그는 “내 역할은 과학적인 실험결과를 제시하는데까지며, 삼국의 관측지점이 왜
중국 동부에 있었는지 밝혀내는 것은 역사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몫“ 이라고 말한다.
아직 학계에서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그것도 다른 분야의 학자가 제기한― 「돌출적인」 이론이 일반인에게 직접 소개되면 불필요한 오해와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삼국사기」의 내용 가운데 40% 정도는 자연현상과 관련된 기록인데도
많은 학자들이 이를 외면하고 나머지 60%의 기록만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것이 아쉽다“며 그 「40%」의 가치와
효용성을 강조했다.
(주간동아 1998-1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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